어느 날 눈 주위나 볼에 나비모양과 유사한 붉은 발진이 생겼다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의심해볼 수 있다. 루푸스는 늑대(wolf)를 의미하는 라틴어 루푸스(lupus)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꼭 피부발진 형태가 늑대에게 물린 자국과 비슷하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루푸스는 면역 시스템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해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세포 내의 핵을 공격해 파괴하는 특징이 있으며 흔히 낭창이라고도 불리는데, 나비모양의 홍반과 구강궤양 등의 다양한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20~40대의 가임기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데, 실제로 루푸스 환자의 약 90% 정도가 여성이다. 대부분 가임기 여성들의 발병빈도가 높으며 백인 여성보다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의 유색인종에게서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해주는 연구 결과는 매우 희박해서 아직 학계에서 인정하는 정설은 아니다. 미국 루푸스 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루푸스 환자는 악성빈혈, 간경화 환자들의 숫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약 10~15만 명의 루푸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루푸스는 소수의 장기만을 침범하는 가벼운 질환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 되기도 한다.
루푸스, 왜 생기나? 루푸스는 유전, 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인 발병원인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증명된 바가 없다. 일부 바이러스 감염이 면역체계를 자극해 루푸스와 유사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자외선 노출이나 이산화탄소, 흡연, 약물, 먼지 등의 공해요소는 루푸스 발병의 위험도를 높인다. 그리고 루푸스 환자의 10% 이내에서는 그 환자의 가족(부모나 형제들)이 루푸스를 이미 앓고 있거나 앞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루푸스를 앓고 있는 부모의 자녀들이 루푸스에 걸릴 확률은 약 5% 정도다.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교수는 “유전, 호르몬, 환경적인 요인과 함께 자외선이 중요한 발생원인으로 추정된다”며 “루푸스 환자 중 햇빛에 유난히 민감한 환자는 약 40% 정도이지만, 자외선의 노출과다로 증세가 악화된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 루푸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병원에서 다른 검사를 받다가 루푸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로감, 식욕감퇴, 두통, 메스꺼움과 구토, 전신쇠약, 체중감소 등 특징적이지 못한 증상으로 다른 병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피부에 나타나는데, 얼굴이나 목, 팔 등에 발진이 생기는 것이다. 피부 증상은 80~90%의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루푸스의 피부 증상은 크게 급성, 아급성,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대표적으로 뺨 주위에 ‘나비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며 이외에도 온몸에 발진이나 물집이 생길 수 있다. 급성 피부 소견을 가진 루푸스 환자 중 상당수가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병변과 열, 피로감, 전신쇠약 등의 악화된 전신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급성은 붉은 반점 위에 하얀색의 각질이 붙는 구진인설 홍반과 고리모양 홍반 형태로 나타나며, 만성은 원반모양 홍반과 심부홍반(염증이 피하지방층에 생기는 경우)의 피부병변을 띈다. 이 중 만성의 경우를 ‘원판성 루푸스’라고 하며 루푸스 환자의 약 15%가 이에 해당한다. 급성과 아급성 피부병변은 대개 흉터를 남기지 않지만, 만성은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한편, 탈모는 루푸스의 대표적 피부 증상 중 하나로 병이 조절되면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원판성 루푸스가 머리에 생겨 발생한 탈모는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외에 입안이 헐기도 하는데 대개의 경우 통증이 경미하거나 없다.
신체부위별 증상 폐와 심장에 나타나는 증상 : 흉막염, 폐렴, 폐출혈, 폐동맥고혈압, 폐색전증 등이 생길 수 있는데, 폐에 이와 같은 병이 생기면 열이 나고 숨이 차면서 기침이 생긴다. 심하면 기침을 할 때 피가 나오기도 한다. 루푸스에서 가장 흔한 심장 증상은 심낭염으로 약 20~30%로 보고되고 있고, 이외에도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기거나 심장에 분포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에 통증이 생기면서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콩팥에 나타나는 증상 : 콩팥의 기능이 심하게 악화되기 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 정기적 검사를 해보지 않고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자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몸이 붓고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기거나 냄새가 심한 경우와 복수가 차는 증상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복부 장기에 나타나는 증상 : 흔히 복통, 식욕감퇴,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나는 것은 복막염, 장에 분포하는 혈관의 염증, 췌장염,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원인이다. 장에 분포하는 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장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오고 장점막이 떨어져 나가 궤양이 생기거나 심하면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이외에도 간기능 이상과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복부 장기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증상은 대개 병이 나으면 좋아진다. 관절 및 근육에 나타나는 증상 : 관절의 통증과 관절염은 루푸스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대개 작은 관절인 손이나 손목 등에 잘 생기고 양쪽이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루푸스 관절염은 뼈나 연골이 파괴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관절의 변형은 생길 수 있다. 관절염과 함께 근육의 통증이나 쇠약감이 나타날 수 있는데 염증성 근육질환에 비해 가벼운 증상과 염증 소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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