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글래스윙? 네모트론 연합? 생존 위한 AI 동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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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업계를 움직이는 동맹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AI 경쟁의 핵심은 개별 기업이 얼마나 뛰어난 범용 모델을 개발하느냐에 있었다. 그러나 프론티어급 모델 개발 비용이 수천억~수조 원대로 치솟은 데다, 필요한 기술과 자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제는 하나의 기업이 모든 과정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 실행 에이전트’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려면 프론티어급 모델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와 안정적인 컴퓨팅 인프라, 서비스별 전문 기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AI의 활용 분야가 보안, 로보틱스, 제조, 금융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경쟁사와도 손을 잡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AI 동맹’이 새로운 경쟁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AI 동맹이 늘어나고 있다 / 출처=AI 생성 이미지
글로벌 AI 동맹이 늘어나고 있다 / 출처=AI 생성 이미지

초기 AI 동맹은 거버넌스 구축에 무게를 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트로픽이 2023년 7월 결성한 ‘프론티어 모델 포럼(Frontier Model Forum)’은 초거대 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고 안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였다. 같은 해 12월 메타와 IBM이 주도한 ‘AI 얼라이언스(AI Alliance)’는 오픈소스 AI 생태계 확대를 목표했다. 2024년 서울 AI 정상회의에서 나온 ‘AI 세이프티 인스티튜트 네트워크(AI Safety Institute Network)’는 모델 위험성을 평가하는 거버넌스 국제 협의체였다.

하지만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동맹의 목적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AI 모델을 공동 연구하거나 안전 기준을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과 인프라, 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협력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AI 경쟁의 무게도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 것인가’에서 ‘누가 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프론티어 모델 개발의 모듈화…엔비디아 네모트론 연합

먼저 최근 에이전틱 AI의 확산과 함께 프론티어급 AI 모델을 만드는 데서부터 협력 체제가 구축됐다. 엔비디아가 올해 3월 ‘GTC 2026’에서 전격 공개한 ‘네모트론 연합(Nemotron)’이다. 비용과 리스크가 막대한 ‘파운데이션 레이어’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파트너사들이 자율 실행 에이전트를 위해 설계된 오픈 거대언어모델(LLM) 네모트론 3을 활용해 그 위에 각자의 전문 역량을 얹는 방식을 추구한다.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한 네이버클라우드 / 출처=네이버클라우드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한 네이버클라우드 / 출처=네이버클라우드

엔비디아와 미스트랄 AI가 베이스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블랙 포레스트 랩스가 멀티모달 기능을 결합하며, 랭체인과 퍼플렉시티가 최적의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및 검색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6월 네이버클라우드는 한국어와 다국어 데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합류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델은 ‘엔비디아 DGX 클라우드’에서 학습되고, 향후 공개될 네모트론 4 제품군의 기반이 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처음부터(from scratch) 네이버클라우드가 직접 학습을 수행하고, 가중치와 데이터셋, 레시피가 공개되는 오픈 모델을 자사의 인프라와 데이터로 만들고 통제한다”며, “네이버클라우드가 오픈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은 네모트론을 만드는 소스 코드(프레임워크)일 뿐, 하이퍼클로바 X 모델 자체는 별도 학습돼 네이버클라우드가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소버린 AI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겉으로는 개방형 오픈소스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등 하드웨어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구조다. 참여 기업들이 독자 브랜드와 전문성을 유지하며 개방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컴퓨팅 자원, 배포 인프라 측면에서 엔비디아 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네모트론 생태계에 익숙해질수록 하드웨어에 자연히 종속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네모트론 제품군 자체가 현 시점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향후 폐쇄형 모델들과의 경쟁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연합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글로벌 보안 동맹 프로젝트 글래스윙

프로젝트 글래스윙이 지난 4월 결성됐다 / 출처=앤트로픽
프로젝트 글래스윙이 지난 4월 결성됐다 / 출처=앤트로픽

최근 보안 업계에서는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를 중심으로 2026년 4월 결성된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이 주목을 받았다. 앤트로픽이 주도하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역대급 AI 보안 동맹이다. 사회 전반 핵심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미리 찾고 수정함으로써 AI 기반 사이버 해킹 위협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조직됐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차세대 극비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Claude Mythos Preview)’를 소수 파트너들에게만 공개했다. 미토스는 대규모 코드를 분석하고 과거 취약점까지 발견하는 성능을 발휘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운영체제인 ‘오픈BSD’에서 27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결함을 찾아냈고, 동영상 인코딩 솔루션 ‘FFmpeg’에서 자동화 검사 프로그램이 500만 번 이상 스캔하고도 놓쳤던 취약점도 발견했다. 이른바 ‘미토스 쇼크’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취약점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안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 구축에 집중한다. 앤트로픽은 2026년 6월 초 한국을 포함한 세계 150개 기관으로 규모를 확대했고, 국내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T가 접근 권한을 획득했다.

그런데 6월 13일,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클로드 미토스 5’와 ‘클로드 페이블 5’에 대해 외국인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 통제 명령을 발령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등 우려 국가로의 우회 유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사태로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AI 경쟁에서 ‘프론티어 모델’을 넘어, ‘기술 통제권 및 접근권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AI 선발전 독파모와 보안 동맹 부상

독자 AI 파운데이션 사업 추가 공모에 선발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 출처=모티프테크놀로지스
독자 AI 파운데이션 사업 추가 공모에 선발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 출처=모티프테크놀로지스

미토스 수출 통제 사건은 국내 AI 주권 확보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다시금 조명받는 이유다. 독파모는 해외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AI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는 국가 차원의 사업이다.

독파모는 지난해부터 서바이벌 방식의 경쟁을 벌인 끝에 현재 LG AI연구원, SKT,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4개 팀으로 압축됐다. 정부는 오는 8월 단계 평가를 통해 3개 팀을 추린 뒤, 최종 2개 팀을 국가대표 AI로 육성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발맞춰 민간 차원의 대응책이 등장했다. 비영리 법인 프로젝트 플라즈마가 지난 6월 17일 공익 AI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캐노피(Project Canopy)’를 출범시켰다. 사이버 보안 기업 티오리(Theori)의 박세준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캐노피는 다양한 AI 모델을 활용해 AI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지난 6월 17일 프로젝트 캐노피가 출범했다 / 출처=사단법인 프로젝트 플라즈마
지난 6월 17일 프로젝트 캐노피가 출범했다 / 출처=사단법인 프로젝트 플라즈마

두나무, LG유플러스, 포스코DX, 티오리한국, 한화손해보험 등이 핵심 운영 기구인 스튜어드 그룹으로 활동하며, 삼성화재보험, LG전자, NHN,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 및 대학 27곳이 합류했다. 이들은 약 30억 원 규모 AI 보안 분석 크레딧 재원을 기부금 형태로 조성해, 자본이 부족한 민생 인프라와 주요 오픈소스 생태계에 무상으로 보안 진단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를 의장으로 내세우며 ‘K-글래스윙’ 구축을 조율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K-글래스윙이 구성될 경우 정부는 오픈AI의 최신 프론티어 AI 모델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오픈AI의 기관용 신뢰기반 접근 프로그램(GTAC) 참여를 확정하며, 보안 특화 모델 ‘GPT 5.5-사이버’ 등 최신 프론티어 AI 모델의 접근권을 확보한 상태다.

결국 속속 등장하는 AI 동맹 정국에서 강조되는 건 내실이다. 연합체 결성이라는 보여주기식 성과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보안 영역에서는 해킹 위협을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최우선 과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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