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 감지해 지리 정보로 활용
먹이 받던 자기장 환경에 놓이자
몸 흔들거나 특정 방향으로 운동
지구 자기장을 활용해 지리적 특성을 학습하는 것으로 나타난 붉은바다거북.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전 세계 바다에 사는 붉은바다거북이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심지어 특정 장소를 기억한 뒤 이를 ‘거북춤’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거북은 지구 자기장을 통해 지리적 특징을 학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다거북 외에도 여러 동물이 지리적 위치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일라 고포스 미국 텍사스 A&M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철과 니켈로 구성된 지구 외핵에서 발생하는 전류에 의해 형성되는 자기장을 감지해 지리적 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바다거북은 수천 km를 이동하는 대표적인 회유성 해양 동물이다. 먹이를 찾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 후에도 정확히 같은 장소로 돌아오곤 한다. 학계에서는 바다거북이 어떻게 이동 경로를 기억하고 길을 찾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뤄졌다.
연구팀은 바다거북이 지구 자기장을 활용해 지리 정보를 얻는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어린 붉은바다거북을 두 개의 수조에 나누어 넣고 각각 서로 다른 지리적 위치의 자기장을 재현했다. 두 그룹 모두 일정 시간 동안 자기장이 다른 환경에서 생활했지만 연구진은 한 그룹에서만 먹이를 제공했다.
그 결과 먹이를 받던 자기장 환경에 놓인 거북이들은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 바다거북들은 먹이를 기대하며 몸을 흔들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거북춤’이라 명명했다. 연구팀은 “거북춤은 바다거북이 자기장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이와 연관된 특정 자기장을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바다거북이 자기장을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방향을 찾는 ‘자기 나침반(magnetic compass)’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특정 위치를 기억하는 ‘자기 지도(magnetic map)’ 기능이다. 실제 바다거북은 자기장 감지 능력을 방해하는 고주파 자기장의 영향이 미치자 방향 감각이 교란됐다. 하지만 장소를 기억하는 능력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두 가지 기능이 서로 다른 감각 체계를 통해 작동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자기장을 활용해 장소를 기억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자기 나침반과 자기 지도 기능은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다른 척추동물에게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동물들이 자기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밝혀 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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