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알레르기 비염, 콧속 점액이 면역의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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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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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지에 만발한 꽃으로 눈이 즐거운 4월은 코에는 잔인한 달이다.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비염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코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이물질 등 적병을 1차적으로 막아내는 최전방 부대로 5㎛ 이상의 이물질은 코털이, 세균과 바이러스, 초미세먼지 등 그보다 더 작은 것은 콧속의 점액이 걸러낸다.

콧물이 이물질을 걸러내는 1차 관문이라면 면역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모든 이물질(병원체 포함)을 막아내고 이기는 전신의 방어 시스템이다. 콧물 등 점액은 신체 외부 최전선에서 먼지나 미생물 등 이물질을 저지하는 자연면역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몸 안의 각종 점액은 이런 면역학적 시스템 아래에서 서로 연결돼 우리 몸에 질병을 만드는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 역할을 한다. 마치 손이 더러우면 물로 씻어내듯 쉴 새 없이 새로운 점액을 분비해 미생물이나 해로운 화학물질을 기침이나 재채기, 가래, 침 등으로 밖으로 배출하거나 삼켜서 몸 밖으로 밀어낸다. 점액은 크게 기본 점액과 반응성 점액으로 나뉘는데 기본 점액은 기름기가 있는 물로 점액 중에서도 면역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한의학에선 오장(五臟) 중에서도 기름이 든 기본 점액은 특히 신장이 관리한다고 본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각각 다른 문화적 전통 위에서 발전해 왔다. 현대의학은 ‘수렵 전통’을 바탕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찾아내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는 방식인 반면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한의학은 밭을 가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를 갈고 일구면서 바이러스나 세균을 달라붙지 못하게 미리 준비한다. 한의학은 농경에 그 뿌리가 있는 만큼 평소에 잘 먹고 몸을 잘 관리해 면역력을 키워야 병원체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몸의 점액은 위장에서 생산되는데 위액은 음식을 삭이고 쪄서(腐熟水穀) 좋은 성분은 전신의 점액 성분을 보충하는 데 쓰고 나쁜 성분은 대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한다. 이런 점에서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밥은 건조한 가루로 만든 빵보다 점액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빵을 많이 먹는 젊은 층에서 침의 분비가 줄어 구내염이나 구강건조증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음식으로 점액을 보충하려면 더덕이나 황기 등을 차로 마시거나 새콤한 오미자, 매실 발효액이 보탬이 된다. 신장에 좋은 검은깨와 검은콩을 즐겨 먹는 것도 점액 보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 한창인 봄나물은 촉촉한 점액을 보충하는 식보(食補)의 핵심이다. 새싹이 땅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것은 봄이 가진 생명력, 즉 힘 때문이다. 푸른색과 긴 줄기로 간의 상징인 미나리는 점액 보충에 좋고, 튀어 오르는 봄의 기운을 함유한 부추는 양기를 높이고 막힌 코를 뚫어주는 작용을 한다.

음식과 함께 점액의 생산과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숙면과 매끄러운 콧속 환경의 유지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음기(陰氣)가 제대로 충전되지 못해 몸이 건조해지고 점액 분비가 준다. 이럴 때는 음기가 충만해 불면증 치료에 좋은 고사리가 점액 보충에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 점액으로 이물질을 걸러내는 호흡기의 1차 관문이자 대문 역할을 하는 콧속을 항상 촉촉하고 매끈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참기름, 꿀, 젤리, 알로에를 먹거나 마스크를 쓰고 바셀린을 바르면 큰 도움이 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건강한 생활#건강#환절기#알레르기 비염#면역#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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