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이 있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 4배 넘어[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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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돌연변이 유방암

홍은심 기자
홍은심 기자
정밀 의료가 발전하면서 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고 적합한 치료를 찾는 시대가 왔다. 여러 암종 중에서도 특히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는 유방암은 이제 개인의 유전자 변이에 따른 종양 특성을 고려한 맞춤 치료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유방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 없는 멍울이 만져진다. 병이 진행되면 유방과 겨드랑이에서도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유두(젖꼭지)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잘 낫지 않는 습진이 생기는 것은 유방암의 일종인 파제트병의 증상일 수 있다. 암이 더 진행되면 유방의 피부가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 움푹 파일 수 있다. 유두가 함몰되기도 한다.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두꺼워질 수도 있는데, 이는 피부 밑의 림프관이 암세포에 의해 막혔기 때문이다. 암이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되면 커진 림프절이 만져지기도 한다.

진행성·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뇌, 폐, 간, 뼈 등으로 전이가 된 상태다. 조기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것에 비해 전이성 유방암은 생존율이 22%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기대 수명은 보통 2년 미만이다. 하지만 간이나 뇌 등 핵심 장기로 전이될 경우 기대 수명은 6개월 이하로 줄어든다.

특히 유방암 환자에게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반되는 경우 치료 예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방암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배우 앤젤리나 졸리에 의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BRCA 유전자 변이는 유전성 유방암의 주요 원인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7% 정도로 추정되는 젊은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BRCA1/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변이가 없는 사람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은 4배 이상 더 높다.

유방암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에는 PIK3CA도 있다. PIK3CA 유전자 변이가 동반되는 경우 사망 위험은 44%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PIK3CA 유전자 변이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음성(HER2-)인 유방암 환자의 40%에서 나타난다. HR+/HER2- 유방암이 전체 환자의 약 73%를 차지하는 아형임을 고려했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HR+/HER2- 유방암 치료에서 내분비요법은 필수다. 따라서 내분비요법에 대한 내성은 유방암 치료를 어렵게 한다. CDK4/6 억제제의 등장으로 치료효과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PIK3CA 돌연변이를 동반한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여전히 효과가 높지 않다.

PIK3CA 유전자 변이는 흔하게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PIK3CA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도 출시됐다. 김성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완치가 어려운 HR+/HER2- 전이성 유방암은 환자의 유전자 변이와 종양 특성을 고려해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증상을 완화하고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라며 “그동안 PIK3CA 유전자 변이가 동반된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는데 다행히 치료제가 작년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도 처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질환시그널#유방암#유전자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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