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자폐증 치료법 찾으려면… ‘뇌 기증’부터 활발해져야”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3-05 03:00수정 2021-03-0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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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한국뇌은행장 인터뷰
“국내선 기증 중요성 인식 부족, 유명인들의 선도적 역할 필요
‘뇌 기증’이란 말은 국내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다. 사후 심장이나 신장, 안구를 떼어내 새 생명에게 전하거나 의학 연구에 기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뇌 기증을 했다는 사례를 봤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후 기증 방식이라고 해도 머리에서 뇌를 꺼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일반인에겐 두려움을 준다.

지난달 26일 서울 신촌 연세대 의대에서 만난 김세훈 연세대 병리학교실 교수(사진)는 “뇌 기증이야말로 인류의 난제인 파킨슨병과 치매, 자폐증과 우울증 같은 뇌 질환을 정복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에게 뇌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연구 재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병의 원인이 어떻게 되고 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밝히는 병리학자다. 199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신경병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연세대 의대 교수로 부임했다. 여러 질병 중에서도 특히 뇌 신경 질환 쪽에 집중해 왔다. 이런 연구 경력을 인정받아 올해 1월 제4대 한국뇌은행장에 선임됐다.

한국뇌은행은 인간 뇌 자원을 확보하고 관리해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2014년 한국뇌연구원 내에 설립된 기구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기증된 사례는 151건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뇌 기증을 3건밖에 받지 못했다. 뇌 기증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막연한 두려움이 커서 기증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전임 뇌은행장들처럼 김 교수 역시 뇌 기증에 대한 편견과의 싸움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김 교수는 “사회 지도층,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역할이 크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이어지는 유명인들의 뇌 기증 릴레이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뇌 연구 초창기 미국과 유럽 등 현재의 뇌 연구 선진국에서도 뇌 기증은 정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뇌 연구의 취지에 공감한 유명인들이 기증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2009년 공영방송 BBC의 유명 TV쇼 진행자 제러미 팩스먼과 여배우 제인 애셔가 방송에 나와 파킨슨병 연구를 위해 뇌 기증을 약속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미국에서도 대표팀 출신의 여자 축구 선수와 프로미식축구 선수들이 꾸준히 뇌 기증을 약속하며 실제 사망 후 기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유명인의 뇌 기증은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 유럽의 인간 뇌 프로젝트 등 국가적 뇌 연구 정책과 맞물리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뇌 연구가 선도적 역할을 하는 데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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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뇌 조직은 코로나19 환자가 겪는 ‘브레인 포그’ 증상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됐다. 브레인 포그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코로나19 후유증 중 하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기증받은 코로나19 환자의 뇌 조직을 부검해 뇌혈관에서 혈류를 막는 거대세포들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신경학 2월 1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며 거대해졌다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는 뇌 기증의 확산과 함께 뇌은행의 역할을 좀 더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부검과 분석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치매#자폐증#뇌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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