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장 가림막은 보조수단… 개인방역 철저히 해야

높이 45cm 플라스틱 칸막이 설치
침방울 전달 확률 낮출 수 있지만 공기중 감염 못 막는다는 지적도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가로 60cm, 높이 45cm의 불투명 아크릴판을 책상 앞에 설치하기로 했다. 교육부 제공

내달 3일 치러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의 하나로 책상 앞에 설치되는 가로 60cm, 세로 45cm의 플라스틱 가림막이다. 일부 수험생은 가림막에 적응하기 위해 미리부터 모의 연습까지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까지 쓰고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서 가림막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겠냐며 불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방역당국은 가림막의 바이러스 확산 차단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달 3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수능 시험장의 플라스틱 가림막에 대해 9월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했고 어느 정도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추석 특별방역기간 종합대책 중 하나로 식당 등에 설치하는 가림막 설치 기준을 높이 70cm로 제시했다. 이 식당 가림막 기준은 앞서 진행된 수능 시험장 가림막 실험에서 얻은 결과에 근거해 마련됐다.

4개 연구기관은 방역당국의 요청을 받아 플라스틱 가림막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입자생성기와 레이저를 이용한 시각화 실험, 유동 분석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사람이 가림막과 40cm 떨어진 상황에서 입과 코의 높이를 45cm로 가정하고 가림막 너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침방울이 전달되는지 살펴봤다.

실험 결과 가림막은 높이가 높을수록 효과가 컸다. KCL이 진행한 실험에서는 지름 0.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의 침방울 차단율은 가림막 높이가 60cm에선 95.5%, 70cm일 때는 98.8%였다. 높이가 80cm일 때는 98.9%, 90cm는 99%로 별다른 차이가 없어 높이를 70cm로 해도 차단 효과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기관인 에너지연과 건기연이 진행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수능 칸막이(가림막) 높이를 45cm로 정했다. 이는 차단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된 70cm보다 25cm나 낮다. 수능을 치를 때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를 바라보기 때문에 숨 쉬는 위치가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수능용 칸막이로 실제 실험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윤규 건기연 실내공기품질연구단장은 “공간의 형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수능용 칸막이의 차단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말하기 어렵다”며 “가림막이 없을 때 미세한 침방울이 전달될 확률이 40%에 이르는 만큼 없는 것보다 나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화를 하지 않는 수능 시험장에선 침방울보다는 숨쉬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에 떠다닐 수 있어 가림막 위나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해외에서도 가림막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차단 효과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계에서는 가림막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권고한다. 미국 워싱턴대는 지난달 대학 연구자들이 만든 플라스틱 가림막 설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가림막이 공학적으로 보조적 역할을 하지만 에어로졸 같은 모든 매개체를 막지 못하며 코로나19로부터 모든 사람을 완벽히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가림막에 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장은 “가림막에 대한 실험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연구자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