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개 병상 놓일 병원 초고속 설계… 바이러스 전파 차단 시스템도 구축
병원 내 치명률, 中 평균 절반 수준… 생기원, 엔지니어링 SW 활용 지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던 올 2월, 후베이성 우한에 병원 두 곳이 공사 시작 약 열흘 만에 문을 열었다. 훠선산(火神山)병원은 1월 23일 착공해 11일 만인 2월 2일 완공됐고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은 1월 26일 착공해 12일 만인 2월 6일 완공됐다. 병상 수만 2600개에 이르는 종합병원급 병원 두 곳이 ‘뚝딱’ 지어진 것을 두고 세계는 그 속도에 놀라움을 표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6일 우한 내 모든 입원환자가 퇴원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병원의 역할이 컸다.
이런 빠른 건설의 배경에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가 존재했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작동시켜 성능을 살펴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속 실험실인 셈이다.
훠선산병원과 레이선산병원은 건설 부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인 빔(BIM·빌딩정보모델링)을 사용했다. 병원 건물의 전체적인 디자인 설계와 건물의 주요한 골조 크기나 단면, 접합부를 나타내는 구조 설계도 제작에 BIM을 적용했다. 그 결과 디자인 설계는 하루, 구조 설계도 제작은 60시간 만에 완료했다.
BIM을 통해 병원 내 감염 위험도 줄였다. 가상 환경에서 공기 확산의 흐름을 미리 살펴 혹시 존재할지 모를 병원 내 환기 시스템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최적의 격리 병실 구조와 환기 시스템을 마련했다.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도 고려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레이선산병원에 입원한 전체 환자 2011명의 치명률은 2.1%로 중국 평균 치명률인 5.6%보다 훨씬 낮았다.
BIM은 이전에도 국내외 병원 건설에 많이 활용돼 왔다. 쌍용건설, 계룡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BIM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GS건설은 경남 창원 지역 최대 병원 중 하나인 창원경상대병원을 지을 때 설계 단계부터 BIM을 활용했다. 설계 오류를 반영해 도면을 수정하고 전개도 작성, 물량 산출 등을 미리 수행했다. 수술실과 고에너지 가속기실을 배치할 때에도 활용했다. 건설 기간도 줄여서, 2012년 12월 첫 삽을 떠 약 3년 만인 2015년 10월 건설을 완료했다.
올 7월 개원을 앞둔 세종시 최초의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에도 BIM이 활용됐다. 건설 제안 단계부터 BIM를 적용해 설계 오류와 적합성을 검토했다. 이후 BIM을 통해 부족한 도면을 보완하고, 시공을 진행하며 도면과 실제 건설 간 오류를 좁혀 나갔다. 2017년 5월 첫 삽을 떠 3년 만에 지하 3층, 지상 11층 규모의 병원을 건설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엔지니어링기술지원센터는 비싼 구매 비용과 전문인력 고용의 어려움 때문에 BIM 등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12월까지 이들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BIM 외에 구조해석과 열해석, 충돌해석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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