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나 ‘딥 러닝(Deep Learning·심층기계학습)’을 말할 정도로 인공지능(AI)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30년 전 우리가 AI를 처음 연구할 때는 지금처럼 제대로 된 컴퓨터 하나조차 없었습니다. 기초과학 연구는 20, 30년 뒤 미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준비입니다.”
유럽 최대 기초과학연구소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앙투안 프티 이사장(58·사진)은 기초과학에 대한 평가와 투자는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현지 시간)부터 14일까지 열린 ‘유로사이언스오픈포럼(ESOF) 2018’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툴루즈를 찾은 그를 9일 천체물리학 및 행성학연구소(IRAP)에서 만났다.
프티 이사장은 “과거 열악한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꾸준히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개발했고, 그 덕분에 슈퍼컴퓨터와 풍부한 데이터를 갖춘 지금의 과학자들이 ‘알파고(AlphaGo)’ 같은 AI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 분야에 들어가는 연구비를 아끼면 당장 1, 2년 동안은 복지나 일자리 같은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10, 20년 후에는 분명히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경기가 나쁠 때든 좋을 때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과학이 태동한 유럽에서조차도 기초과학 연구비는 종종 정치인들의 공격 대상이 된다”며 “기초과학이 왜 중요한지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과학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프티 이사장은 기초과학이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협력하는 집단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답해 본 적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기초과학이기 때문”이라며 “특정 개인이나 연구 기관 혼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는 CNRS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 등이 거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10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가 전부 공동 연구”라며 “모두에 의해, 모두를 위한 연구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티 이사장은 “유럽의 개방형 과학(Open Science) 연구 추세에 따라 최근 CNRS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MPG) 등 해외 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도 긴밀히 협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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