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바야흐로 여름의 절정 8월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은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을 몰고 왔다. 올 5∼7월은 심상찮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이미 7월 중순까지의 기온이 지난해 같은 기간 기온을 넘어섰다. 8월 역시 지난해 못지않거나 더 더운 여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여름 중국 대륙에 뜨거운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우리나라는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대륙고기압 사이에 끼어 ‘사면초가 더위’를 겪어야 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기상청은 2일 밝혔다.》
“더위야 가라” 한탄강 래프팅 낮 최고기온 33도 안팎의 폭염이 전국을 뒤덮은 2일 피서객들이 강원 철원군 한탄강에서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래프팅을 즐기고 있다. 철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 8월도 ‘사면초가 무더위’▼
북쪽 고온건조 고기압-남쪽 고온다습 고기압 사이 낀 한반도
기상청은 현재 중국과 티베트 쪽에 지난해와 비슷한 뜨거운 고기압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더 더운 여름이 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첫 번째 이유다. 올여름 중국도 한국 못지않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등 동부 지역은 연일 한낮 기온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로 폭염경보 최고 단계인 홍색경보가 며칠씩 이어졌고, 중북부 7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2도나 올랐다. 기상청 기후예측과는 “폭염이 땅을 달구면서 중국 대륙 상공의 고기압대를 키우고 다시 그 고기압이 맑은 날씨를 불러 기온을 끌어올리는 ‘고기압 확장의 피드백(feedback)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내려오면 한국은 지난해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난해 8월 한국은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대륙에서 내려온 고온 건조한 고기압 사이에 끼여 뜨거운 공기층이 빠져나갈 길이 없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두 고기압이 워낙 강해 저기압이 치고 들어오지 못하면서 비도 내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기온이 더 올라가면서 전국 평균 기온과 폭염일수 모두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월 1일∼7월 23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9.1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27.9도)보다 1.2도나 높았다. 한반도가 이미 달궈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8월처럼 아래위로 강력한 고기압 사이에 끼이면 더 심한 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높은 습도라는 악조건이 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높은 습도는 열기를 붙잡아 둔다. 기상청 관계자는 “7월 집중호우와 폭염, 열대야의 원인 중 하나가 적도 부근 서태평양 고수온 지역의 해상으로부터 유입된 고온다습한 기류였는데, 이런 현상이 8월까지 이어진다면 열대야도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예측은 태풍에 의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제5호 태풍 ‘노루’와 제11호 ‘날개’가 북태평양고기압을 북동쪽으로 밀어내고 대륙 고기압의 한반도 확장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관계자는 “현재는 북동쪽으로 밀려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에 동풍이 부는 상황”이라며 “태풍에 따라 기상 상황이 많이 변할 수 있어 그 뒤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2일 기상청은 태풍 노루가 대한해협을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노루가 높은 수온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남동해상으로 접근함에 따라 현재 강도를 유지하거나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이 강도를 유지하고 대한해협을 지난다면 한반도는 태풍 왼쪽에 위치하므로 바람은 심하지 않고 주말과 다음 주초 제주·남동부 지역에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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