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병원 안강병원장이 수근관증후군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바늘시술(FIMS)로 치료하고 있다. 안강병원 제공
안강 안강병원장손이 저리는데, 특히 저녁에 손가락이 화끈거려 잠을 자기 어렵고,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아프고, 물건을 잡을 때 힘이 빠지거나, 심하면 어깨, 목까지 통증이 올라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50대 미국 여성이 있었다.
컴퓨터 일을 하다가 손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져 자주 손을 가슴에 모았다가 다시 일하곤 할 정도로 심하다고 했다. 한쪽 손목은 수술까지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손목을 굽히거나 펼 때 심한 통증이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면 여지없이 손가락이 붓는다고 했다. 이는 전형적인 ‘수근관증후군’ 증상이었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의 신경 부위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손목에서 손가락으로 지나는 신경이 붓거나 눌려서 생긴다. 특히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거나 설거지, 걸레질 같은 집안일 등으로 손목을 많이 쓰는 현대인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시원한 성격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해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건강해 보이는 미국 여성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고도비만이었던 것이다. 비만은 수근관증후군 치료의 또 다른 걸림돌이었다.
의료진이 초음파를 이용해 수근관증후군을 진단하고 있다. 안강병원 제공 필자는 적절한 수기치료와 바늘시술을 통해 이 여성의 손목의 움직임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는 2주 정도 한국에 머물렀는데, 2, 3일에 한 번 수기치료와 운동치료를 받았다. 필자는 이 여성에게 “단단한 주위조직을 주물러 부드럽게 해서 손목이 움직일 때 아프지 않고, 손목의 운동범위가 잘 나오면 증상은 호전되지만, 식이를 조절하지 않고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분명 다시 아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뒤 치료를 다시 받기로 하고 이 여성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치료 뒤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와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이때 이 여성이 외국에서 반갑게 전화를 받아줬다. 그는 미국에서 채소 위주의 식단과 운동량을 늘린 덕분에 체중을 현저히 감소시켜 평소 숨이 찬 것도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손 저림도 사라졌다고 너무 고마워했다. 그는 치료 전에 비만으로 인해 손과 손을 지배하는 신경(정중신경)에 적절한 피가 가지 않음으로써 순환이 되지 않아 붓고, 그 상태로 움직이다보니 운동범위가 좁아지는 등 계속 악순환을 겪은 것이다. 물론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도 수근관증후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하튼 그러한 상황인데도 그는 통증치료만 해 달라고 고집한 것이었다. 수근관증후군에서 생긴 통증은 고쳐달라고 하는 하나의 신호이지 그 자체가 병이 아니다. 자칫 병을 놔두고 통증만 조절하려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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