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생명의 요람 자궁까지… 로봇수술, 암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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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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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수술


《평소 심한 빈혈에 시달리던 30대 초반의 주부 이모 씨는 산부인과에서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지름이 8cm나 되는 혹이 자궁 속을 눌러 생리 양이많아지면서 빈혈로 이어진 것이다. 임신을 준비하던 이 씨는 자궁 내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혹을 없애길 원했다. 정교한 로봇수술로 혹을 없앤 그는 수술 후 6개월 만에 임신했고 최근 건강한 딸을 순산했다. 로봇수술은 첨단 수술 기구인 로봇을 환자 몸에 장착한 뒤 의사가 원격으로 조종해 시행하는 수술이다. 의사는 10배 확대된 3차원(3D) 입체 영상을 통해 수술 부위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특히 미세한 손 떨림도막을 수 있다. 절개를 최소화하므로 회복기간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으며 흉터도 작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정교하고 섬세한 수술이 필요한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질환을 중심으로 로봇수술을 받는 환자가 크게 느는 추세다.》

○ 자궁근종


여성의 자궁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장기다. 따라서 수술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하고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최근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에서 로봇수술 및 시술이 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자궁에 난 혹을 로봇수술로 없앨 때 장점이 많다. 로봇의 손목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절개를 최소화하고 정교하게 봉합할 수 있다. 수술로 인한 출혈이 적고 상처 부위도 작아 수술 뒤 자궁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회복속도도 빨라 수술 뒤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20, 30대 여성이 주로 로봇수술을 받는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에서 최근 3년간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연령이 35세로 일반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나이(39세)보다 적었다.

○ 전립샘암


비뇨기과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다. 전립샘(전립선)과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전립샘암 절제 수술이 대표적이다. 방광 아래에 있는 호두알 크기의 전립샘은 신경 세포와 미세 혈관 등에 둘러싸여 있어 수술이 쉽지 않다. 암을 성공적으로 없앤다 해도 연관 조직의 손상 및 출혈은 물론이고 수술 뒤 요실금과 성기능장애 등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고 출혈도 훨씬 적다. 또 3D 영상과 로봇 손목의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의사가 전립샘 표면의 신경과 혈관을 잘 구분해 전립샘을 제거할 수 있다. 요도의 길이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로봇수술을 이용한 전립샘암 치료가 개복수술에 비해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 수술 후유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갑상샘암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갑상샘(갑상선)암 치료에도 로봇수술이 많이 이뤄진다. 목이 아닌 겨드랑이를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작게 남아 미용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젊은 여성이 선호한다.

이잔디 을지대 을지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샘암은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환자가 수술보다 수술 뒤 흉터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며 “갑상샘암 로봇수술은 수술 뒤 목소리 변화, 음식물을 삼킬 때의 불편함, 수술 부위 통증 및 감각 이상 등도 기존 수술보다 적어 최근 많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장항문암

항문과 가까운 부위에 발생하는 직장암은 기존 수술로는 접근이 어려워 장기 자체를 절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항문과 직장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수술할 수 있다. 로봇 팔은 의사의 손이나 수술 도구가 들어가기 힘든 골반이나 비장 근처까지 들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뇨와 성기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봇을 이용한 대장항문 수술은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 김선한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직장암 수술의 전 세계적 기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모든 질환에 로봇수술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로봇수술은 의사의 손이 작용하기 힘든 정밀한 수술에 한정적으로 사용된다”며 “전통적인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많아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수술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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