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라고 하지만 대형병원에서는 ‘선택’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대학교수가 마취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가 했습니다. 현재 아들이 반혼수상태입니다. 동의서에 나온 대로 대학교수들이 실제로 치료하고 돈을 받는 건지, 병원이 부당하게 수익만 챙기는 데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보건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주십시오.”(손영준 씨·24의 어머니 우미향 씨)
병원에서 진료비를 수납하고 받는 영수증엔 여러 항목이 찍혀 나온다. 이 가운데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바로 선택진료비다.
선택진료비란 대학교수급 의사나 10년차 이상 전문의로부터 진료나 처치를 받을 경우 내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비용이다. 보통 △진찰료의 55% △입원료의 20% △마취료의 100% △처치 및 수술료의 100% 이내에서 선택진료비가 부과된다.
우미향 씨는 선택진료비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건강신문고’를 두드렸다.
5년여 전인 2007년 2월 3일, 우 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 손영준 씨(당시 19세)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응급실에 와있다는 전화였다. 다행히 다리 골절 외에는 다친 곳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도 골절 수술을 해야 하니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경, 4시간 후 수술하니 금식하라고 의료진이 말했다. 수술 시간이 다 돼가자 의사는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요청했다. 자세히 읽어볼 틈도 없었다. 병원 복도에 서서 서둘러 동의서에 사인했다.
2시간 반이 걸린다는 수술은 6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의료진이 우 씨 부부를 찾았다. 의료진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하반신만 마취해 수술을 진행했다. 그런데 마취가 풀리는 것 같아 전신마취로 돌리려 했다. 그 도중에 심정지가 왔다. 깨어나지 않아 조치를 하고 있다.”
손 씨의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고 있었던 것. 병원 측은 마취과 교수가 마취해독제를 넣었으니, 오후에 깨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육사생도를 꿈꾸던 건강한 아들은 100일 된 아기와 비슷한 지능으로 돌아갔다.
가족은 마취과 교수에게 따졌다. “일요일에 수술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느 교수가 일요일에 나와서 마취를 하겠느냐. 레지던트 1년차가 마취를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우 씨는 “경험이 많은 교수에게 환자를 맡기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는 게 선택진료 제도가 아닌가. 그런데 레지던트에게 맡겼다. 이건 병원의 사기다.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아들을 홀로 수술실에 보내지 않았을 거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 씨는 “선택진료 제도의 취지에 맞게, 누가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환자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에게는 선택진료비 부담도 상당하다.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선택진료 제도의 지불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선택진료비 추정치는 1조1113억 원에 달한다.
조기 위암 판정을 받고 입원한 A 씨(56)는 “검사비용과 입원비가 345만 원가량 나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110만 원이었다. 이 중 선택진료비가 30만 원이었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중증일수록, 장기간 입원할수록 선택진료비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선택진료비가 최종적으로 얼마나 나올지도 예측할 수 없다. 이 또한 환자의 불만이다. 원무과에서 계산할 때 일일이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민주통합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10개 국립대학병원의 선택진료비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총진료비 수입 2조6500억 원 중에서 6.98%(1851억 원)가 선택진료비로 나타났다. 2007년 1365억 원에서 35.6%가 늘었다.
● 보건복지부의 답변
선택진료 의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10월부터 시행하는 중이다.
전에는 진료과목별로 ‘비(非)선택진료 의사’를 지정하되 휴일 근무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비선택진료 의사가 진료하는 날이 아니면 선택진료 의사를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비선택진료 의사’를 항상 1명 이상 배치하고 있다. 또 정해진 의사에게 선택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진료비확인제도를 통해 병원으로부터 선택진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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