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격 ‘뻥튀기’에 453억 과징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3월 16일 07시 00분


■ 공정위, 이통·제조사에 제재조치

평균 22만5000원 높게 출고가 책정
보조금으로 할인해주는 것처럼 속여
SKT “부당한 결정…법적조치 검토”


국내 휴대전화 제조기업과 통신기업들이 휴대전화의 가격을 부풀린 뒤 소비자들에게 큰 할인혜택을 주는 것처럼 속여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 3사에 이와 관련된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공급가·출고가 차이 공개, 월별 판매 장려금 내역 공개, 장려금 지급행위 금지 등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이동통신 3사는 2008부터 2010년까지 총 44개 휴대전화 모델에 대한 출고가를 공급가보다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했으며 그 차액을 마치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것처럼 속였다. 제조사들 같은 기간 209개 모델의 공급가를 향후 지급하게 될 보조금을 고려해 부풀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모델의 평균 장려금 지급액은 23만4000원이었다. 공급가 가운데 장려금 비중이 무려 40.3%에 달했다. 제조사들은 출고가가 높은 경우 소비자에게 ‘고가 휴대폰 이미지’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통신사에 공급가와는 다른 높은 출고가를 제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소비자들은 공급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제품을 사면서 더 높은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자신의 통신이용 패턴과 관계없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등 피해를 본 것이다.

예를 들어 B통신사 휴대전화 모델 S의 출고가는 94만9000원.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소비자 평균 구입가격은 87만1000원이다. 반면 기존 관행대로라면 이 제품의 출고가는 약 68만원(공급가 63만9000원+물류비용 4만원)이다. 소비자가 보조금 없이 출고가로 휴대전화를 사면 현행보다 약 19만원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공정위는 “보조금제도가 휴대전화 구입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 할인제도라고 인식하는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한 착시마케팅이다”며 통신사·제조사가 착시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제조사 내부문서 및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5월부터 시행되는 휴대전화 블랙리스트 도입 이후 통신사가 자기 유통망과 제조사 유통망 간 보조금 차별 등을 통해 제조사 직접 유통을 방해하는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감시할 방침이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 SK텔레콤 등은 “판촉활동의 일환으로 보조금을 활용하는 것은 휴대전화 뿐 아니라 모든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이다”고 반발하며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률집행 및 제재의 부당성을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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