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혹사증후군, 대한노래민국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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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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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노래방서 소리 한번 질렀다가…

성대를 갑자기 혹사시켰을 때 나타나는 폴립(물혹). 평소와 달리 저음의 목소리, 거칠고 쉰 소리가 나오는 것이 특징.프라나이비인후과 제공
성대를 갑자기 혹사시켰을 때 나타나는 폴립(물혹). 평소와 달리 저음의 목소리, 거칠고 쉰 소리가 나오는 것이 특징.프라나이비인후과 제공
직장인 김모 씨(31)는 얼마 전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 마이크를 잡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날을 위해 일주일간 맹연습을 했는데 전날부터 갑자기 목이 쉬고 잠기더니 이날은 아예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김 씨는 다음 날 병원에서 근긴장성 발성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성대 부분에 물리적 상처는 없지만 두 달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와 술을 끊고 불규칙한 생활 패턴도 바꾸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야유회 운동회 친목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인구가 늘고 있다. 여기에 K팝 등의 영향으로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성대를 혹사하는 일도 잦아졌다.

잘못된 발성을 습관적으로 반복할 경우 ‘음성혹사증후군’에 걸린다. 음성혹사증후군에는 성대결절, 성대폴립, 근긴장성 발성장애, 라인케부종 등이 포함된다. 이 질환들은 말을 과도하게 하거나 고함을 지를 때 잘못된 발성 습관으로 인해 생긴다. 종전에는 교사나 상담원, 가수 등 전문적으로 음성을 사용하는 직업군이 이 질환에 자주 걸렸지만 요즘은 가정주부나 학생 환자도 많다.

음성치료전문 병원인 프라나이비인후과의 안철민 원장은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영업사원도 조심해야 할 성대결절

음성혹사증후군 중 가장 빈발하는 질환은 성대결절이다. 사춘기 이전 남학생이나 성인 여성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성대를 혹사하는 잘못된 발성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신의 성대에 맞지 않는 발성으로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면 성대 점막에 염증성 반응이 일어나고 성대 점막이 두꺼워지면서 결절이 생긴다. 성대결절이 생기면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갈라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안 원장은 “목소리 이상으로 병원으로 찾은 환자의 60%에서 성대결절이 발견된다”며 “요즘에는 마케팅 일선에서 말을 많이 하는 영업사원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성대에 외상이 생기는 또 다른 질환은 성대폴립으로 일종의 양성용종이다. 갑자기 성대를 혹사하거나 크게 소리를 내야 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 성대의 미세혈관 구조에 외상이 생기며 발생한다. 성대에 폴립이 생기면 갑작스러운 음성 변화가 생기거나 평소와 달리 저음의 목소리, 거칠고 쉰 소리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습관적으로 헛기침을 하는 경우나 흡연, 역류성식도염은 성대폴립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성대 혹사와 술 담배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질병도 있다. 강하게 발성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할 경우 라인케부종이 나타나기 쉽다. 이 병은 성대점막에 물이 고이는 질환으로 만성 후두염의 특별한 양상으로도 분류한다. 보통 성대점막 아래 부위인 라인케에 생기는 부종은 성대 양측에 비대칭으로 생긴다. 역류성 후두염, 갑상샘기능저하증 등에 음성혹사가 더해졌을 때도 생긴다. 호르몬 변화를 자주 겪는 여성들도 자주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외상은 없는데 변한 목소리

성대나 점막에 외상은 없는데 목소리가 변했다면 근긴장성 발성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이는 말할 때 호흡법 자체가 나쁘거나 크게 말을 하고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말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턱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말하는 습관도 이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호흡법과 자세가 나쁘기 때문에 목소리 음역대의 범위가 좁고, 심한 바람 새는 소리를 내거나 목 통증, 이물감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말할 때 고통이 동반되는 발성통은 물론이고 근골격계 긴장성증후군이나 긴장성 두통 등도 함께 나타난다.

보가트바콜증후군도 외상없는 질환이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그의 부인인 로렌 바콜의 이름을 따서 이런 병명이 생겼다. 이들 배우의 목소리는 저음인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억지로 따라 하던 사람들이 발성장애를 호소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평소 자신의 성대에 맞는 발성법 대신 억지로 저음을 내 자신의 성대 구조와 맞지 않는 움직임이 굳어지면 보가트바콜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보통 목소리가 쉽게 잠기고 피로감을 느낀다. 본래 자신의 목소리로 편안하게 말을 하려 해도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

○ 수술 후 발성법 교정 노력도 필수

안 원장은 “단순 음성장애는 수술, 약물요법, 음성언어훈련 등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우선 후두내시경으로 성대의 상태, 구강구조, 비강 구조 등을 살펴 증상을 파악한다. 정밀진단이 필요한 경우 컴퓨터를 이용한 음성 분석을 한다.

치료 단계에서는 보통 약물주사나 후두미세성형수술 등의 방법이 이용된다.

후두미세성형수술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국소마취나 전신마취를 결정한다. 전신마취가 어려운 경우에는 국소마취를 한 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진행된다. 전신마취가 가능할 경우에는 현미경을 이용해 해당 부위를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다.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은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음성혹사증후군은 잘못된 발성법에 의해 생긴 질환인 만큼 치료 이후 적절한 음성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안 원장은 “음성훈련의 결과는 환자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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