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그래핀을 연구한 외국 학자 2명의 이름이 발표됐다. 그러자 우리나라 과학계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래핀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한국인 과학자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43·사진)가 거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래핀이 실리콘 반도체를 뛰어넘는 신개념 전자소자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2005년 과학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세계에 처음으로 알렸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이 분야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학계에서는 ‘그래핀이 노벨 과학상을 받는다면 김 교수가 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5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개최한 포럼 이후 이러한 기대감은 커졌다. 포럼에서 김 교수는 가임 교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와 함께 그래핀 분야 대표 연구자 좌석에서 나란히 앉았다. 수상후보자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방한 당시 ‘과학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래핀 열 층 정도 두께를 한 번에 분리할 수 있게 됐는데 가임 교수팀이 그래핀 한 층만 분리하는 데 먼저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몇 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감에 좌절하는 대신 마음을 다잡고 그래핀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5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기자와의 전화에서 “신물질 개발에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들로 당연히 받을 사람들이 받았다”면서 “섭섭하지 않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래핀(Graphene)::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빨리 전류를 전달하며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도 신축성이 좋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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