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맛본 과학자에게 재도전 기회 모험연구 50개 선정… 3년동안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열심히 연구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것을 ‘성실실패’로 정의했다. 그는 성실 실패를 계속해서 지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열심히 연구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것을 ‘성실실패’로 정의했다. 그는 성실 실패를 계속해서 지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박주영 선수가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넣었을 때 비난한 사람도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선수를 믿고 계속 경기에 내보내니까 나이지리아전에서 멋진 프리킥을 성공시켰잖아요. 우리 재단이 추구하는 모험연구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성실한 실패를 겪은 과학자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엄청나게 멋진 결과를 내놓을 겁니다.”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한 한국연구재단이 지난달 26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75)은 지난 1년의 주요 성과로 ‘모험 연구’와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제도’ 도입을 꼽았다. 박 이사장은 “예전엔 과학자들이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연구비를 받기 어려우니 안전한 연구만 하려고 했다”며 “최선을 다한 성실한 실패라면 다시 연구비를 받게 해서 새롭고 위험한 연구에 도전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재단은 올 상반기에 ‘모험연구’ 과제를 공모해 50개의 과제를 선정했으며 길게는 3년까지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PM 제도다. 해당 분야의 최고 학자들이 직접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결과까지 관리한다. 연구재단은 출범 이후 21명의 상근 PM(본부장, 단장)과 236명의 비상근 PM(전문위원)을 임명했다. “전문가가 관리하니까 공정성 시비가 확 사라졌어요. 안배 없이 무조건 실력으로 과제를 선정하거든요. 박주영 선수를 계속 기용한 허정무 감독이 좋은 PM인 거죠. 개인적으로는 욕도 많이 먹지만 그래야 노벨 과학상도 받지 않겠어요?”

박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합쳤는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처음엔 초중고교 교육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교과부는 과학 발전과 대학 교육에 주력한다는 구상이었는데 초중고교 교육에 계속 끌려 다니면서 부처 통합의 원래 의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초중고교 교육이 빨리 분리되면 좋고 그게 안 되면 조직 개편을 다시 생각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과학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만들어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안도 논의되는 것 같고, 대통령 밑에 과학기술 수석비서관 등을 신설하는 안도 검토되는 것 같은데 하루빨리 과학자들을 위한 좋은 안이 나와야죠.”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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