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과학적 이유 3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2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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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구가 정말 멸망할까? 2012년 지구멸망설이 몇 달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마야 역법에 따르면 지구가 멸망하는 날이 12월 21일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12일 개봉한 영화 '2012'는 태양 흑점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중성미자가 지구 내부를 끓어오르게 만들고 이에 따라 급속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 지구가 멸망한다는 물리학적 근거까지 댄다. 태양 폭발이 일어나는 이유는 모든 행성이 은하계 중심과 일직선에 놓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2012년 지구가 멸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성미자는 반응성 낮은 '유령입자'

우선 중성미자. 중성미자는 '작은 중성자'라는 뜻으로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다. 영화에서처럼 태양 중심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우주선(cosmic ray)이 지구대기에 부딪히며 생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성미자는 우주대폭발(빅뱅) 때 생겼다.

중성미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재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로 수가 많다. 1초에 중성미자 700억~800억 개가 우리 몸의 엄지손톱만한 면적을 지나간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이 지구로 쏟아진다면 지구 내부에 영향을 미쳐 화산폭발과 지진을 일으킬 만 하다.

하지만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는 "중성미자는 반응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을 지나치면서도 거의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설사 태양 흑점이 폭발해 중성미자가 지금보다 수천 배 더 많이 생성되더라도 지상에서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면서 "중성미자가 '유령입자'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성 일렬 지구에 미치는 중력은 미미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모든 행성이 은하계 중심과 일직선에 놓여 태양 폭발을 일으킨다는 부분은 어떨까.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연구원은 "태양계 행성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문 연구원은 "만에 하나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더라도 이들이 지구에 미치는 중력은 쓰나미를 일으킬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최근 홈페이지에서 앞으로 수십 년 간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12월에 지구와 태양이 은하계 중심과 거의 일직선이 되지만 그 역시 매년 일어나는 천문 현상일 뿐 지구 멸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니비루'는 존재하지 않는 행성

그렇다면 2012년 지구멸망설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니비루(Nibiru)'라는 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면서부터였다. 니비루는 약 6000년 전 수메르인이 태양계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행성이다. 니비루는 2003년 5월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시점은 2012년으로 미뤄졌다.

여기에 작년 2월 일본 고베대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명왕성 바깥 카이퍼 벨트(명왕성 바깥 작은 얼음덩어리들이 모인 띠)에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이 합쳐지면서 2012년 지구멸망설은 더욱 그럴듯해졌다. 이 미지의 행성이 니비루이며 니비루가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선임연구원은 "니비루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행성"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에서 가상으로 존재하는 행성일 뿐 실제로 관측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니비루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 최 연구원은 "니비루는 카이퍼 벨트보다 더 바깥에 있는 행성"이라면서 "이런 행성의 경우 카이퍼 벨트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NASA 역시 2012년 니비루가 지구에 충돌한다면 지금쯤 니비루는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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