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넷 실명제’ 청소년도 찬성>반대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중고생 2356명 설문 “댓글모욕 본적 있다” 22%

중고등학교 재학생 3명 중 2명은 웹 사이트의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거나 적어도 중립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댓글로 인한 인권침해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실명제 도입에 더 적극적이었다. 또 청소년 중 20∼30%는 인터넷에서 공개 모욕이나 사생활 폭로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아동정책연구실 성윤숙 연구위원은 11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주최하는 ‘정보보호심포지엄’에서 ‘인터넷 댓글에서의 청소년 인권 침해 현황과 대응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6월 23일부터 7월 24일까지 전국 86개 중고등학교 재학생 23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인터넷 댓글에 따른 피해나 관련 의식 조사가 이처럼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들조차 댓글의 인권침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인터넷 정책에 상당 부분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댓글을 통해 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문항에 ‘있다’(1∼5점 척도 중 4, 5점)는 답변이 30.4%였고, 성희롱을 목격한 청소년도 27.0%에 이르렀다. 공개적 모욕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간접경험도 각각 22.0%, 13.8%로 나타났다. 자신이 직접 공개적 모욕을 한 청소년은 전체의 6.0%, 모욕을 당한 청소년들은 5.5%였다. 그러나 ‘있다’ 또는 ‘없다’에 포함되지 않는 ‘보통’(3점)을 택한 응답자들이 많아 실제 경험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성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문제해결 방안으로 ‘모든 사이트에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시어를 주자 응답자 21.4%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14.3%는 ‘약간 그렇다’를 골랐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31.7%였다. 반대하는 응답은 ‘아닌 편이다’와 ‘전혀 아니다’를 합쳐 32.6%에 그쳤다. 특히 실명제 찬성 응답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조금 더 높았다. 성 연구위원은 “댓글로 인한 피해로 우울함이나 불안함, 초조감 등을 느낀 청소년들의 경우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빈도가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웹 사이트 실명제 도입 여부를 논의해 왔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본인확인제 확대’라는 절충안을 마련해 지난해 말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고 올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명제는 댓글 게시자의 실명이 외부에 공개되지만 본인확인제는 로그인 등의 과정에서 본인 여부만 확인되면 게시자의 ID만 공개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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