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 한국인 ‘초강도 거미줄’ 개발

  • 입력 2009년 4월 28일 09시 51분


거미줄은 무게 대비 강도가 강철보다도 강하다. 그래서 '자연의 공학적 승리'라고 불린다. 그런데 독일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이 이런 자연 상태의 거미줄 강도를 3~10배 더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거미줄처럼 단백질로 이뤄진 다른 생체조직에 이 방법을 응용할 수 있다면 인공뼈 자동차 항공기 등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센 소재를 필요로 하는 산업분야에서 획기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발명이다.

주인공은 독일 막스 플랑크 미세구조물리학 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승모 씨(32)다. 2005년 포스텍에서 석사를 마치고 유학 간 이 씨는 주로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박막 증착 공정인 ALD(atomic layer deposition·원자층 증착법)가 생체조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연구해 왔다. 지하 실험실에서 연구를 거듭하다 2년여 전 어느 날 거미줄에 ALD를 이용해 티타늄 등 금속의 이온 핵을 침투시켰다. 이 과정에서 고온이 가해지므로 단백질로 이뤄진 생체조직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아연의 이온 핵을 갯지렁이의 집게에 침투시키자 역시 단단해졌다. 메뚜기의 턱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소 측은 이 성과를 지난주 저널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 씨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연구를 시작한지 2년 됐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씨의 지도연구관인 마토 크네츠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 기술을 다른 생체조직에 응용할 수 있다면 인공뼈 인공피부 항공기 자동차의 신소재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재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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