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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2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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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지도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들에게 먹일 희귀한 유기농 제품 또는 한정판 제품 판매 위치와 정보 등을 얻는 것과 동시에 집 주변 대형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풀무원 제품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박 씨가 한 주 간 올리는 지도는 20개 이상. 위치 정보는 물론이고 직접 매장에 들러 찍은 제품 '인증 샷', 간단한 시식평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말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200여 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게시한 풀무원 지도는 서울, 부산, 제주 등 약 4500개. 두부지도 유부초밥지도 만두지도 등 종류도 10개가 넘는다.
박 씨처럼 자신의 관심사를 지도로 나타내려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텍스트' 위주의 네티즌(누리꾼) 활동이 싫증난 이른바 '맵티즌(Map+Netizen)'이다.
●추억도 지도로 소통하려는 21세기 고산자(古山子) '김정호'.
맵티즌은 지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누리꾼. 이들은 지도를 사회과부도 속 딱딱한 존재가 아닌 일상처럼 여기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지도 서비스를 '나만의' 패러다임으로 바꾼다. 지도를 하나의 '놀이'처럼 여기며 지도 위 다양한 콘텐츠를 얹어 온라인상에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
일명 '추억 지도'라 불리는 야후코리아의 '라이프맵'도 있다. 자신이 들른 여행지, 데이트 장소를 지도 위에 사진과 함께 나타낸 후 그 곳을 클릭하면 당시 사연도 볼 수 있다. '앙팡테리블'이라는 추억 지도를 운영하는 김혜림 씨는 서울 서교동 홍대 앞에서 벌어진 주먹밥콘서트, 삼청동 나들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등 자신이 돌아본 곳을 사진과 글로 나타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야후코리아가 밝힌 추억 지도 개수는 현재까지 약 4000개. 맵티즌들은 지도 위 30만 개 이상의 사진과 2만 개 이상의 사연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전국의 주유소 가격 정보를 나타낸 '주유소 가격 비교 서비스(http://abyss.jaram.org/oil)'도 맵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역별 검색을 통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주유소들 정보, 제일 싼 주유소 등을 알 수 있어 운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음은 전국의 골퍼들을 위해 골프장 위치, 라운딩 홀 공략법 등을 함께 담은 '골프맵'을 제작할 예정이다.
●개인의 궤적, 포털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맵티즌 문화는 미국 포털 사이트 '구글' 내 지도 서비스 '구글맵'에서부터 시작됐다. 구글이 구글맵 서비스를 시작한 후 미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프러포즈할 장소를 지도로 나타낸 '로맨틱 밸런타인데이 맵'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맵티즌들은 '교통 맵', '아르바이트 맵' 등 갖가지 지도를 만들며 정보를 공유했다.
이러한 맵티즌 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네티즌들이 지도를 일종의 새로운 놀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받았던 누리꾼들이 직접 카테고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