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미국발 시름 미국서 달랠까”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크리스마스 앞 한달간 미국의 쇼핑 특수기

소비위축 속 내년 실물경기 전망 척도될 듯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은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시즌으로 꼽힌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은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간으로 대개 약 1억 명의 미국인이 쇼핑에 나선다.

특히 전자업계에는 이 시즌이 매출 확대의 호기(好機)다. 지난해에는 이 시즌 첫 주에만 22억 달러(약 2조6620억 원)어치의 정보기술(IT)제품이 팔렸다.

국내외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다가오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앞두고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의 주요 전자업체도 결전을 벼르고 있다.

○ 가격 경쟁 예년보다 빨리 시작돼

올해는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미국 가정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의 실적이 내년 실물경기 전망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각 기업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은 2006년 4분기(10∼12월) 555만 대, 지난해 4분기 889만 대로 판매량이 늘고 있어 사상 처음 분기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의 ‘간판 기업’들은 이 기간에 TV 수요가 평소보다 30%가량 늘어나지만 올해는 금융위기 영향으로 절반인 10∼1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TV 판매량이 평소보다 줄어들 경우 소폭 감산(減産)에 들어간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대만 AUO, CMO 등 주요 LCD 패널 제조업체들은 생산량을 더 줄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 감소를 우려하는 일부 일본 전자업체와 미국 유통업체들이 이달 초 기존 가격보다 200∼500달러 싼 가격에 LCD TV를 판매하는 등 예년보다 빨리 가격경쟁이 벌어져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내년 초부터 미국 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돼 디지털 전환 수요가 늘고, 원화 약세와 엔화 강세로 인해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경쟁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점에서 예년 수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국 기업들 시장 공략에 총력

삼성전자는 디지털 전환 수요와 북미프로 미식축구리그(NFL)와 연계한 마케팅을 통해 올해 연간 TV 매출 200억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9월 미국 시장에 내놓은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LCD TV와 44.4mm 두께의 슬림형 제품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시장 4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 역시 ‘글로벌 톱3’ LCD TV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가격 하락에 대비해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유통 비용을 줄이는 인터넷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휴대전화 부문의 마케팅도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시즌을 겨냥해 800만 화소 터치스크린 폰, 쿼티폰(QWERTY)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팬택계열도 최근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회사는 10월 중 미국 이동통신사인 AT&T에 3개의 모델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