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날씨 사이트 이용자 는다

  • 입력 2008년 7월 21일 15시 25분


캡션은 아이팟 이용자인 박성길씨가 20일 아이팟 야후날씨를 검색하고 있다. 사진제공 박성길씨
캡션은 아이팟 이용자인 박성길씨가 20일 아이팟 야후날씨를 검색하고 있다. 사진제공 박성길씨
항공 촬영가인 박성길(31)씨는 지난 주말 국내 기상청 사이트 대신 해외 뉴스 사이트로 날씨를 체크한 덕택에 하루 공치는 걸 면할 수 있었다.

기상청 예보는 주말인 12, 13일 이틀내리 비가 온다고 했지만 야후 '세계 날씨'가 제공한 한국 날씨 정보는 토요일은 흐리고 일요일에만 비가 온다고 했던 것. 박 씨는 예정대로 토요일 촬영을 진행했고 무사히 일을 마쳤다.

그는 늘 아이팟을 통해 야후 '세계 날씨'의 한국 날씨 정보와 기상청 예보, 항공기상청 예보를 다운로드 받아 비교해 본 뒤 촬영 비행 여부를 결정한다. 기상청 예보만으로는 실시간으로 바뀌는 항공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주말 예보가 4주째 빗나가면서 '예보'냐 '중계'냐는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해외 날씨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여행 동아리나 사진 동아리 등에서는 해외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의 한국 날씨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기상청 예보보다 정확하다는 의견이 자주 올라온다.

● 해외 날씨 정보 사이트 이용하는 사람들 늘어

안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한솔(23)씨는 영자 신문 날씨와 해외 방송 날씨 사이트를 종종 이용한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기상청 예보를 믿고 외출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엔 기상청과 CNN의 날씨 예보가 다른 것을 알고 깜짝 놀랐죠. 그 후로 중요한 날에는 해외 사이트의 날씨 정보를 찾아보게 됐어요."

미국 시카코에 거주하다 6월 귀국한 양현정(31)씨도 여전히 해외 날씨 사이트인 '웨더포유' (http://www.weatherforyou.com)를 이용한다.

"시카고에 살 때 '웨더포유'의 지역 날씨가 매우 잘 맞았고 부모님이 계신 서울 날씨도 검색이 되었어요. 그래서 귀국한 후에도 계속 이용하고 있어요."

● 날씨 정보 쇼핑 안 되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여러 민간 예보 사업자의 정보를 비교, 이용하는 '날씨 정보 쇼핑'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상청 예보와 다른 예보를 발표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현 기상법에 따르면 기상청장만이 불특정 다수에게 예보를 할 수 있으며 민간 예보 사업자는 특정인에만 날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기상청 예보를 재가공해 판매할 수는 있지만 기상청과 다른 예보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

기상청의 양일규 기상경영전략과장은 "예보가 여러 통로로 제공되면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며 "미국은 국토 면적이 넓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예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며, 특보나 예보 등 재난 경보는 미국도 기상청에서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상 이변으로 날씨 예측이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정밀하고 특화된 날씨 정보를 원하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D건설 직원 우모(28)씨는 "기상청 예보를 지역별 날씨로 세분화해 제공하는 한 민간 업체의 예보를 제공받지만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공정 진행에 차질이 종종 생긴다" 며 "특히 비가 온다고 하고 안 오게 되면 하루를 공치게 된다"고 말했다. 우씨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사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최우갑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같은 기상정보 데이터라 하더라도 해석하는 예보관의 노하우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민간 예보 사업자가 기상청과 다른 예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예보 전문가를 양성하고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초기에는 다른 예보로 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수요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택하게 될 것"라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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