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 “졸업작품 UCC 25편 찍었어요”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초등학생 UCC 동호회 ‘물렁지’ 회원들. 김지현  기자
초등학생 UCC 동호회 ‘물렁지’ 회원들. 김지현 기자
UCC동호회 물렁지“직접 대본짜고 촬영…편집이 가장 힘들어”

“‘초딩(초등학생)’이라 얕보지 마이소, 손수제작물(UCC) 하나는 자신 있심더!”

초등학생 UCC 동호회인 ‘물렁지’ 회원들의 목소리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토현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이해찬(12) 군은 올해 3월 ‘친한 친구들과의 시간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 장난기 넘치는 자신들의 노는 모습을 부모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같이 봐도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물렁지’라는 이름은 ‘물렁물렁한 몸 개그’라는 뜻으로, 친구들과 장난으로 즐겨 쓰던 신조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친한 친구 5명과 그렇게 장난처럼 시작한 ‘물렁지’는 최근 3개월간 UCC 25편을 만들었고, 학교와 온라인상에 소문이 퍼지면서 활동 회원도 100여 명으로 늘었다. 회원이 늘면서 동영상용 디지털카메라 장비를 보유한 ‘카메라맨’, 동영상을 편집하는 ‘프로듀서(PD)’, 촬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대본을 짜는 ‘작가’ 등으로 역할까지 분담했다.

이들은 매주 주말이나 공휴일 디지털카메라와 아이디어 수첩을 들고 학교나 놀이터 등에 모인다. 많게는 20명이 참석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촬영 계획을 짠다.

“주로 유명한 영화나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을 패러디해요.”(이 군)

지난달 학교 교실을 빌려 찍은 ‘오답노트’는 영화 ‘데스 노트’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노트를 지배하는 자, 시험을 지배한다’는 주제로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까지 살려 재연했다.

짧은 경력이다 보니 UCC 제작이 늘 마음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군은 “동영상 편집이 어려워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어른들의 편집 ‘비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연기가 어색해 “현실감 있는 표정이 안 나온다”는 신입 회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기도 한다. 동호회 임원진 중 한 명으로, 신입 회원 관리를 맡고 있는 김도헌(12) 군은 “얼굴도 잘 모르는 회원들의 충고를 들으면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우리 작품을 좋아하니까 비판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보다 UCC를 찍는 것이 더 좋다는 이들은 중학교에 가더라도 동호회 활동은 계속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생이 되면 해야 할 공부도 늘어나 바빠지겠지만 짬짬이 틈내서 ‘UCC 추억’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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