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자가 의학교수 됐다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알코올 지방간의 원인을 밝힌 수의학 전공자 정원일(35·사진) 박사가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임용된다. 수의학 전공자가 의과학 분야 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 박사는 비타민A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간 성상세포’에서 마리화나와 성분이 유사한 2AG라는 물질이 분비된 결과 지방간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논문은 올해 3월 4일자 ‘셀 메타볼리즘’에 소개됐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관계자는 8일 “정 박사는 간경화와 지방간에 관한 의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뛰어난 과학자”라며 “수의학의 경험을 살려 KAIST에서 동물을 이용한 의과학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올해 하반기에 진단병리학과 세포 및 실험병리학 강의를 맡을 계획이다. 그는 “간암, 간경화, 간염 등에 걸린 환자들의 자력 치유 능력에 관한 연구를 할 계획”이라며 “간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간 재생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1999년 경북대 수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2005년까지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에서 알코올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과 그 치료법을 연구해 왔다.

정 박사는 “이제 수의학은 단순히 동물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덕 동아사이언스 기자 cyrix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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