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성형미인? NO! 난 레이저 미인!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레이저, 뷰티의 중심에 서다

‘국제 금융의 허브’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국제은행. 몸에 쫙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은 여도둑 캐서린 제타존스는 요염하고 섹시한 포즈로 금고에 접근해 간다. 그녀는 사방에서 쏘아대는 동작감지 레이저 그물망을 마치 체조 선수가 리듬 체조를 하는 듯한 묘기동작으로 빠져나간다. 영화 ‘엔트랩먼트’의 한 장면이다.

‘미션 임파서블’, ‘오션스 12’ 등 ‘21세기판 루팡’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비밀금고를 지키기 위한 레이저 경보장치가 십중팔구 나온다.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레이저 빔을 분사해 극소량의 연기도 이른 시간에 잡아냄으로써 화재가 번지기 전에 막는 화재경보장치가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는 이처럼 인간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심지어 교실에서도 볼 수 있다. 교사 및 강사들은 강의할 때 수강생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레이저 포인터를 종종 사용한다.

레이저는 속도전을 달리는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레이저 프린터는 인쇄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였고 레이저빔을 이용한 광통신은 초고속 인터넷을 만들었다. 바코드 인식기계는 마트에서 계산 속도를 높였다.

또 가수의 콘서트나 나이트클럽에서 레이저 조명장치는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CD, DVD 등 멀티미디어 장치들도 레이저가 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레이저 홀로그래피는 놀이공원의 볼거리를 넘어 예술 쇼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도 했다.

최근 들어 레이저는 여성의 욕망도 충족시키고 있다. 레이저로 좀 더 정밀하고 깔끔한 보석세공이 가능해져 뭉뚝한 원석이 화려하고 눈부신 보석으로 재탄생한다.

이뿐만 아니다. 레이저는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 심장, 암, 디스크 수술 등 각종 위험한 수술을 안전한 수술로 바꾼 일등공신이 바로 레이저다. 라식, 임플란트, 비염 등 예민한 신체 부위에 행해지는 고난도 수술도 레이저는 간편한 수술로 만들었다.

특히 뷰티 분야에서 레이저는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피부과 치료의 80% 이상이 레이저 치료다. 심지어 레이저로 몸매를 다듬는 시술도 등장했다. 한 조각의 빛이 생활을 넘어 여성의 아름다움까지 ‘조각’하는 것이다.

보석을 세밀하게 깎고 철을 녹이는 레이저. 인간에게 아름답고 편리한 삶을 선물해온 레이저가 뷰티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성형미인? NO! 난 레이저 미인!

빛으로 그녀의 매끈한 몸매를 조각하다



“지이익 지이익∼.”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연둣빛 검이 내는 으스스한 소리. 애 어른 할 것 없이 호기심에 빠져들게 한 광선 검에는 레이저가 사용됐다.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와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벌인 결투에 사용된 이 광선 검은 유명세를 탔다. 미국의 한 경매 업체는 “광선 검이 경매에 나올 경우 6만 달러(약 6000만 원) 이상 고가에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선 검은 실제론 존재하지 않았다. 배우들은 그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싸웠을 뿐이다. 영화 촬영을 마친 뒤 이뤄지는 후반 작업에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막대기에 광선검을 입혔을 뿐이다. 스타워즈 마니아들은 광선 검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 가공할 위력의 레이저

레이저는 빛을 이용해 만든 고농축 에너지의 혼합체. 레이저(laser)란 말도 ‘광선의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약자다. 레이저는 빛을 전달하는 매질(媒質)의 종류에 따라 형형색색의 빛으로 옷을 입는다.

대개 레이저란 단어에는 최첨단, 초정밀, 초강력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기 십상이다. 이를 활용하려면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그 씀씀이가 때론 ‘천하무적’이란 얘기다.

1917년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던 아인슈타인이 유도 방출 과정을 이론화한 것이 레이저의 시초. 1960년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타운스 교수가 발명해 특허를 따고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했다. 결국 레이저는 발명된 지 50년이 안 된 셈이다.

1972년 레이저는 그 위세를 세계에 떨쳤다. 베트남전에 사용된 가공할 위력의 스마트 폭탄이 레이저로 유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 이것도 레이저일까?

레이저 프린터, 복사기, 광 마우스, 강연에서 쓰이는 레이저 포인터. 이런 물건들에서 나오는 레이저 빛이 인체에 닿으면 해롭지 않을까? 아니다. 출력이 작아 거의 해롭지 않다. 다만 눈동자에 쏠 경우 강한 빛이 망막에 손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레이저와 어감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원리다. 전자레인지 안의 램프가 꺼져도 음식을 익히는 데는 무리가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를 만들어 물분자를 가열하는 원리이다. 전자파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전자레인지의 문에 특수 장치가 되어 있다.

산부인과에서 태아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초음파 검사는 소리를 이용한 것이다.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여 신체 장기에서 반사된 음파를 영상으로 전환하는 원리.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다. 레이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적외선은 태양빛을 프리즘으로 분산시킬 때 나타나는 빛의 한 종류로 레이저는 아니다.

○ 건강을 ‘쏘다’

의료 분야에 있어 레이저는 대단한 효자다.

레이저 치료법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수술용 메스를 대신하는 의료용 레이저 장비가 개발되기도 했다. 수술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메스의 자리를 레이저가 꿰찬 셈이다.

레이저는 시술이 간편하면서도 통증을 줄일 수 있고, 세포 절제와 동시에 지혈이 되어 수술 후 회복 속도도 높였다. 레이저의 가장 큰 특징인 초정밀성은 심장 수술, 라식 수술, 신경 수술, 척추디스크 수술 등 예민하고 작은 부위를 수술할 때 주변 부위의 손상 없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한다.

○ 레이저, 남심(男心)을 녹이다

기미, 검버섯, 주근깨와 같은 피부의 잡티를 제거하거나 털을 제거하는 피부과에서는 레이저가 없다면 시술 자체가 불가능하다. 80% 이상이 레이저를 이용하는 시술들이다. 레이저 없이는 희고 깨끗한 피부의 미인 만들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레이저는 지방을 녹이는 데도 쓰인다. 지방을 주사기나 펌프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레이저로 녹여 흘러나오게 하는 원리. 지방세포에만 레이저를 쏘기 때문에 출혈이나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최근에는 표피층에 쏘는 레이저와 피하지방층에 직접 쏘는 레이저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 ‘듀얼 레이저’ 시술법이 개발돼 비만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레이저로 다이아몬드를 조각하듯 몸매도 조각이 가능해진 셈이다. ‘육백만 달러의 사나이’가 아닌 ‘육백만 달러의 몸매’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됐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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