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들, 아날로그 ‘클릭 클릭’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전기차에 배기음 나게 해 운전감-안전도 향상

터치 스크린에 진동 느낌… 촉각펜도 선보여

‘전기자동차에서 가솔린 엔진의 소음이 나는 까닭은?’

첨단 기술로 만들었지만 이용 방법에 있어서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아날로그 시대의 느낌을 살린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과거로 눈길을 돌려 아날로그 시대를 지향하는 셈이다.

전기자동차 기업인 레오존은 최근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 소리가 크게 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서 스피커로 자동차 배기음을 운전자에 들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부르릉’ 엔진 소리를 들려줘야 운전자가 운전하는 기분을 살릴 수 있고 차량 안전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 취향에 맞춰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의 엔진소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이 아이디어를 국내외에 특허 신청하고 올 4월에 내놓는 전기스쿠터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책장을 넘기듯이 화면을 바꾸는 노트북PC도 등장했다.

올 1월에 공개된 미국 애플의 노트북PC ‘맥북 에어’는 컴퓨터 화면의 문서를 읽을 때 터치패드에 손을 대고 마치 책장을 넘기듯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터치하면 다음 장을 넘겨 볼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버튼 대신 전자화면 위의 아이콘을 눌러 조작하는 터치스크린 휴대전화도 밋밋함을 없애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진동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말 판매를 시작해 국내 시장에서 16만 대가 팔려나간 고급 터치스크린폰인 LG전자의 프라다폰에는 화면상의 버튼을 누를 때 진동을 발생시키는 이른바 햅틱(haptic·촉각) 기술을 국내에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1∼6월) 내놓을 ‘터치위즈’(모델명 SCH-W420) 휴대전화에 이 같은 진동의 패턴을 22가지로 각각 달리해 이용자가 진동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사람이 진동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연구한 뒤 각각 진동의 형태를 구분한 ‘진동 악보’까지 마련했다.

이 회사의 이용자체험(UX) 파트장인 전동훈 상무는 “이용자들이 버튼을 제대로 눌렀는지를 진동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휴대전화와 아날로그적인 교감을 나누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최근 터치스크린에 입력할 때 종이에 필기하는 듯한 질감을 손에 전해주는 촉각펜인 ‘유비펜(Ubi-Pen)’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기술로 사라지는 촉각을 되살리는 기술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ETRI 스마트인터페이스팀 경기욱 박사는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때 잃어버리기 쉬운 물리적 느낌을 되살려 주자는 것이 이 같은 연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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