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칼럼] 코의 생김새는 신분을 결정한다

  • 입력 2007년 10월 24일 11시 03분


인간은 시각을 통해 80% 이상의 정보를 지각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한 시각적 지각은 뇌로 전달되고 그 나름의 해석과 판단을 거쳐 사람의 마음에 기억된다. 따라서 시각적 판단은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고, 성격을 인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시각적·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체부위는 ‘코’다. 또한 코는 얼굴의 중앙에 입체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코는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데 가장 강력하고, 우선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문헌에 따르면 미용성형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시술된 부위가 ‘코’라고 밝혀졌는데 그 이유로 몇 가지 흥미로운 학설이 제기 되고 있다. 지금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작은 질병이 생사를 위협할 정도로 의학수준이 미비했던 시대인 100여 년 전, 미용성형이라는 용어가 의학적으로 제대로 정립되지도 않은 채 처음 세상에 등장 했을 때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았다. 미용성형이 사람들의 신분과 병, 혹은 치부를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매독이 성행하던 19세기, 매독의 후유증으로 내려앉은 코는 당시 사람들에겐 불결과 부도덕한 죄에 대한 벌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매독에 걸린 것을 숨기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코 수술을 감행하는 자들이 음성적으로 생겨났다. 또한 로마에서는 성범죄 자에 대한 처벌로 코를 자르기도 했는데, 역시 그렇게 잘려진 코를 복원하기 위한 수술이 불법으로 행해졌다. 코를 다시 세운다는 것은 그들에게 명예를 회복하는 것과 같았다.

더 나아가 코의 생김새를 변화시키는 수술은 신분과 인종을 바꾸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아일랜드인들은 그들 특유의 퍼그 모양의 코를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처럼 바꾸어 다른 인종 사회로의 진입을 꾀했다. 유대인이나 흑인들 역시 그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코 수술을 행했다.

코에 대한 꿈 해몽도 흥미롭다. 꿈에서 코가 큰 사람을 만나면 부유하고 품위 있는 사람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갑자기 코가 늘어나는 꿈은 어떤 기관의 지도자가 되어 권리를 행사하거나 존경받게 되는 꿈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코가 낮은 사람을 만나는 꿈은 사회적으로 신분이 낮거나 가난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꿈이라는 해몽이 있다. 이렇듯, 코의 높낮이는 신분의 높낮이와 동일하게 인식되기도 한다.

코는 특히 남성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코의 크기가 남성의 성기와 크기가 비례한다는 속설에서부터, 그 속설과 연관되어 코가 커야 아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코의 생김새는 남성다움을 대변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큼직하고 휘지 않았으며 반듯한 코를 지니면 긍정적인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카리스마 있는 외적인상을 형성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보는 이에게 외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주는지가 비즈니스에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가 삶의 무게에 지친 모습으로 직원 앞에 서는 것은 죄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것도 최고경영자의 자질이자 역할이다. 성공의 상징이 되는 명품 슈트와 시계, 구두로는 세월의 흔적과 모자라는 인상을 감출 수 없다.

못생긴 코는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고 기운 빠진 인상을 주게 된다. 반면 잘생긴 코에서 풍겨지는 강력한 카리스마는 여러 마디 말보다 더욱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힘 있고, 진취적이며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관저에 성형외과 의사를 상주시키고 끊임없이 외모관리, 즉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있다. 몇 해 전 쌍꺼풀 수술로 화제가 된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경우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은 대중에게 열심히 관리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의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 더 나아가 사람의 외모는 인상을 결정짓고, 관상과 캐릭터를 좌우하며 외적 인격을 형성하여 삶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까지 한다. 이미지 시대인 21세기에 외모관리는 빼어놓을 수 없는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성형외과 전문의 박준 원장 (스타라인성형외과 - www.starlineclin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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