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굿바이, 아토피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코멘트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 치료하기 어려운 현대의 기병(奇病).

아토피(Atopy)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스어로 ‘이상한’, ‘알 수 없는’이란 뜻을 가진 아토피가 의학용어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23년이었다. 알레르기 클리닉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설한 미국 의사 로버트 쿠크와 면역학자 아서 코카는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아토피란 단어를 사용했다. 꽃가루, 먼지 등 흡인성 물질과 음식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기존의 양상과 다르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이름처럼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요인, 면역 체계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토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면역 체계 이상에 무게를 두는 게 다수설이지만 일본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대가로 알려진 니와 유키에(丹羽 靭負) 박사는 환경오염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오존층의 파괴로 증가한 활성산소로 인해 아토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요-카펫 치우고 계란-우유 섭취 줄이면 호전

한의학에서도 ‘면역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그 무엇인가’에 대해 과민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이나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아토피 질환이 지금은 난치병으로 분류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다루기 쉬운 병이었다. 어렸을 때 고생을 하다가도 대부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저절로 나았기 때문이다. 당시 발간된 의학교과서에도 아토피는 취학하면 완치되는 병으로 기술돼 있었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토피 환자 중에서 초등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때가 되면 낫는 병이기 때문에 치료도 가려움증만 해결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아토피 피부염은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 들어 환자들의 연령대가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으로 확대됐고, 그 증세도 심해졌다. 환경오염을 아토피의 주범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토피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병을 일으키는 ‘유발 인자’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복숭아, 꽃가루, 우유 등 특정 유발인자만 피하면 되는데 천의 얼굴을 가진 아토피는 그렇지 않다. 음식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공해, 계절 변화, 일교차, 진드기 등 아토피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많다.

아토피가 나타나는 양상도 다양하다. 아토피가 피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이고, 호흡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이다. 눈에 나타나는 아토피 질환이 결막염이다. 아토피와 아토피 피부염을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은 아토피 질환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50% 정도는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생후 2∼3개월부터 시작되고, 천식은 주로 2∼3세, 비염은 6세를 전후해 나타난다.

이 3가지 질병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뚜렷한 아토피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도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카펫은 치우고, 커튼 대신 블라인드, 천 소파 대신 가죽 소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항온, 항습을 유지하는 것도 아토피 관리에 도움이 된다. 집 안 온도는 섭씨 18∼20도, 습도는 50∼60%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글=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