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혈관 안녕하십니까]<상>여름철엔 심혈관도…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40대 중반의 가수 방실이, ‘호랑이 선생님’에 출연했던 30대 탤런트 황치훈 씨 등 대중과 친숙한 연예인들이 최근 잇따라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인 뇌중풍,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은 겨울철에 노인들이 잘 걸린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과로, 과식, 스트레스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 때문에 요즘 심혈관 질환은 나이, 계절, 성별을 가리지 않고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신의 심혈관, 안녕하십니까’를 3회 시리즈로 짚어 본다.》

심혈관 질환은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생기는 병이다. 혈관이 수축되기 쉬운 겨울철에 자주 생기는 질환이란 상식을 뒤엎는 통계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1996∼2002년 응급실을 찾은 뇌중풍(뇌경색과 뇌출혈)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인 7, 8월 환자(1076명)가 겨울인 1, 12월 환자(1002명)보다 많았다. 2001∼2006년 응급실을 찾은 협심증, 심근경색 환자 통계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심혈관질환은 혈관이 있는 부위라면 모두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특히 뇌와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겨 쓰러지면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하반신 마비, 언어 장애가 올 수 있다.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는 여름철 심혈관 질환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보자.

○ 협심증 발병 여름이 겨울보다 많아

뇌와 심장에 생기는 심혈관 질환은 크게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협심증 심근경색) 터져(뇌출혈) 일어난다. 혈관이 막히는 원인은 혈전(피떡)이다. 혈소판이 뭉쳐 생기는 혈전은 평소에는 상처가 났을 때 피를 멈추게 하는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혈관 속을 돌아다니는 기름덩어리(죽상경화반)와 결합되면 혈관을 막는 무서운 존재로 변한다.

심혈관 질환을 부르는 4대 인자는 고혈압을 비롯해 당뇨, 고지혈증(피 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병), 흡연이다. 고령, 가족력, 비만, 운동부족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 중 15∼20%는 약하게 증상을 앓아 자신도 모를 정도다. 하지만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거나 △말이 안 나오고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마비가 생기거나 △두 물체가 겹쳐 보이고 발을 헛디디게 되거나 △어지럽고 메스꺼운 증상이 나타나면 심혈관 질환의 전조라고 보면 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3시간 안에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 혈전용해제 등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수분 모자라면 피 끈적해져… 에어컨도 위험

기온이 높고 습한 여름철은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좋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경문 교수는 “심각하게 탈수되거나 극심한 더위로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바깥 기온이 높으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신체는 뇌, 간 등 주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열을 내보낸다. 이때 충분한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피가 끈적끈적해져 혈관이 막히게 된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하거나 온도차가 급격할 때는 혈관을 돌아다니는 기름덩어리가 터지기 쉽다.

미국 심장학회는 기온이 22도 이상, 습도가 70% 이상으로 상승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 심근경색, 심장발작, 뇌중풍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실제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오르면 뇌중풍은 66%, 심근경색은 20%가량 증가한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갑자기 더운 곳에 있다가 에어컨이 세게 나오는 곳으로 가는 등 급격한 온도차를 겪을 때도 뇌중풍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 저용량 아스피린 심혈관 질환 예방 도움

심혈관 질환은 환자의 30%가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를 꼭 알아둬야 한다. 혈압이 90∼140mmHG 이상,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60 이상, 공복 시 혈당이 126mg 이상이면 위험군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면 평소 심혈관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 한다. 가까운 가족이 병력이 있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런 사람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상시 복용하는 것도 좋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용진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통용되는 정설”이라며 “다만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염 등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뒤 복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여름철에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흡연과 음주는 물론이요, 소금에 절인 식품, 훈제식품, 냉동식품 등 염분이 많은 식품도 피해야 한다.

증세가 나타났을 때 응급 대응 요령도 중요하다. 무조건 응급실로 데려가야지 정신을 차리게 한다고 몸을 주무르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의 처치를 하면 안 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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