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감마선 폭발’은 빅뱅에 맞먹는 위력

  • 입력 200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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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일어난 감마선 폭발이 지구를 덮치는 상상도. 4억4000만 년 전 지구 생물의 대멸종이 감마선 폭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우주에서 일어난 감마선 폭발이 지구를 덮치는 상상도. 4억4000만 년 전 지구 생물의 대멸종이 감마선 폭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핵실험을 탐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감마선을 측정하는 것이다. 감마선은 X선보다 에너지가 더 높고 투과력도 더 강한 방사선으로 핵실험에서 대량으로 방출된다.

핵무기 개발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1960년대 말 미국은 러시아의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해 감마선 측정위성 ‘벨라’를 쏘아 올렸는데, 이 위성은 뜻밖에도 지구 표면이 아니라 우주에서 오는 강한 감마선을 포착했다. ‘감마선 폭발(GRB)’을 처음 관측한 것이다.

감마선 폭발은 태양이 평생(100억 년) 내놓는 양보다 많은 에너지를 단지 몇 분, 때로는 몇 초 만에 뿜어내는 현상이다. 즉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매일 1000조 개씩 30조 년간 터뜨릴 때 나오는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 낸다. 우주에서 가장 큰 폭발 현상으로 알려져 있어 ‘작은 빅뱅’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엄청난 현상은 왜 일어날까. 천문학자들은 무거운 별이 최후를 맞이하여 폭발할 때 그 중심에 블랙홀이 생기는 과정에서 감마선 폭발이 나타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동안 블랙홀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내뿜은 물질(제트)에서 강력한 감마선이 나온다고 여겨져 왔다.

최근 감마선 폭발의 베일이 한 꺼풀 벗겨졌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블랙홀 주변의 물질이 아니라 강력한 자기장이 감마선 폭발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왕립천문학회지(MNR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위성 ‘스위프트’가 관측한 감마선 폭발 10개의 자료를 분석한 성과다. 연구팀은 감마선 폭발이 태양 흑점 주변의 자기장에서 일어나는 플레어 폭발과 비슷하지만 이보다 100만∼1조 배나 강하다고 밝혔다.

감마선 폭발이 지구를 덮친다면? 2004년 미국 캔자스대 연구팀은 4억4000만 년 전 당시 생물종의 3분의 2가 갑작스럽게 멸종한 원인을 감마선 폭발이 지구를 강타해 오존층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지구 주변에는 감마선 폭발을 일으킬 만한 무거운 별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라는 의견이 대세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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