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스티브 잡스의 도전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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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개인용 컴퓨터를 최초로 만들어 낸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52)는 누구나 컴퓨터를 가질 수 있는 꿈을 실현시켰다. 컴퓨터 한 대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던 시절에 소시민이 컴퓨터를 소유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자신의 집 차고에서 제작된 개인용 컴퓨터는 TV, 전화기와 함께 ‘세상을 바꾼 기계’가 되었다. 그는 지금도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기를 갈망한다.

▷그의 새 목표는 휴대전화 사업이다. 컴퓨터 분야에서 신화의 반열에 오른 그는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를 만들어 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뒀고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그는 9일 청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아이폰’이라는 이름의 휴대전화를 공개했다. 기능은 일단 매력적이다. MP3는 물론이고 동영상을 재생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까지 갖추고 있다. 휴대전화를 개인용 컴퓨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미혼모의 아들로서 출생 직후 입양아가 됐다. 젊은 시절엔 동양철학에 심취했던 히피였다. 대학을 중퇴했으나 놀라운 컴퓨터 재능으로 애플컴퓨터를 창업한 뒤 억만장자가 됐다. 암에 걸렸지만 거뜬히 극복했다. 진짜 반전은 자신이 창업한 애플컴퓨터에서 축출당한 뒤 시작된다. 그는 “벽돌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그는 보란 듯이 재기했고 거꾸로 애플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애플은 다시 그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 멋진 복수극이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굴곡 심했던 인생 역정보다는 현실에 절대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새로운 개념을 대중화하는 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뛰어난 경영자라면 잡스는 타고난 혁명가이며 풍운아다. 휴대전화 사업 진출에서 디지털 시대의 패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야심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삶은 감동적인 영화를 보는 듯하다. 잡스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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