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한시' 에 신장기증하는 '천사 부부'

  • 입력 2007년 1월 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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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에 사는 박진근(53), 강기나(48) 씨 부부는 10일 나란히 수술대에 오른다.

자신들의 신장 반쪽씩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에게 떼어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부부가 모두 신장을 기증한 경우는 13쌍이 있었지만 같은 날 동시에 부부가 기증 수술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1992년 초 신문 보도를 보고 장기 기증에 관해 알게 된 이들 부부는 그해 5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뇌사 시 장기 기증과 사후 각막 기증, 시신 기증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생업인 의료기 판매에 바빠 기증 약속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가 지난해 4월 교회에서 열린 장기기증 서약식에 참여한 뒤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이 크면 사후가 아닌 생존 기증을 해야겠다고, 저희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던 거죠."

부부는 7일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 기본 검사를 받았고 10일 동시에 이식 수술을 받는다.

일부러 같은 날 수술을 받으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인 강 씨가 혈압 때문에 재검을 받아 수술날짜가 연기되면서 평소의 금슬을 보여 주듯 함께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남편 박 씨는 올해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이 되는 늦깎이 대학생으로 의료기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신장 기증으로 고모(26) 씨와 박모(52) 씨가 평생 신장 투석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고 특히 신장을 받게 된 박 씨의 아내 이모 씨도 이번 일을 계기로 김모(45) 씨에게 신장을 기증키로 해 모두 3명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부부는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일을 실천할 수 있게 돼 고맙고 기쁘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주변에 알려지게 돼 부끄럽다"며 쑥스러워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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