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쥐스탱 교수 “벤 리는 핵무기 거들떠보지도 않았죠”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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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리의 조국인 한국의 물리학 수준을 보러 왔어요.”

개원 10주년을 맞은 고등과학원 초청으로 15일 방한한 프랑스 샤클레원자력연구소 장 진쥐스탱(61·사진) 교수가 ‘오랜 벗’에 대해 묻어둔 기억을 모처럼 꺼냈다.

‘벤 리’(벤저민 리를 줄여 쓴 말)는 197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이휘소 박사의 애칭.

진쥐스탱 교수와 이 박사는 1970년대 물리학계에서 촉망 받는 젊은 과학자였다. 두 사람이 함께 쓴 ‘비가환성 게이지 이론에서 깨짐에 대한 양자역학연구’란 논문은 입자모델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지금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쥐스탱 교수는 이 박사 죽음과 관련된 끊임없는 의혹에 대해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벤 리는 입자물리에 관심을 가졌을 뿐 핵무기와 관련된 어떤 연구에도 관심이 없었다”며 “오히려 평화를 소중히 생각한 진보적인 성향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군사정권 시절 한국 정부와는 가깝게 지내려야 가까워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휘소 박사(1935∼1977):

1960, 70년대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와 시카고대 등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됐으나 1977년 6월 의문의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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