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유방암을 이겨낸 40대 주부

  • 입력 2006년 7월 4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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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마디 마디에서 희롱하던 암세포를 친구 삼아 사랑하여 희망의 도리깨질 힘껏 하였더니….'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석현숙(44·여·인천 계양구) 씨가 최근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한 백일장에서 발표한 '공원'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석 씨는 지난해 5월 26일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가족 모두 며칠간 식음을 전폐했다.

"제가 슬픔에 빠져 있으니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생각을 바꿨지요. 99% 절망과 1%의 희망을 바꿔 생각했어요. 지금 나에게는 99%의 희망이 있다고…."

항암치료를 참으면서 학창시절 자신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던 시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시와 소설 아니겠어요. 엄마가 시를 쓰자, 아이들도 기뻐했고 가정은 다시 화목해 졌죠."

석 씨와 딸 노기원(12.부평초 6) 양은 새얼백일장 어머니부와 초등부에서 각각 입상해 6일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다.

다음 목표는 가을에 열리는 마로니에 주부백일장. 몸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도 등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40세에 등단했어요. 저는 그 나이를 넘겼지만 노력해서 등단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8차 항암 치료를 받은 석 씨.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뼈를 깎는 고통을 느껴야 했지만 그는 "아이들과 종교, 시의 힘으로 생의 끈을 놓치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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