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11번 염색체도 풀었다

  • 입력 2006년 3월 23일 03시 04분


한국인 과학자가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인간의 11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가 주축이 된 국제공동연구팀은 22일 인간 11번 염색체의 염기서열 전체를 처음으로 밝혀내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 23일자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2000년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염색체 23쌍의 염기서열 ‘초안’을 발표한 뒤 염기서열이 완전 해독된 염색체는 이번 11번 염색체를 포함해 모두 15개로 늘어났다.

게놈은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A G C T 등 4종류의 염기로 구성돼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초안은 염색체의 염기서열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연결해서 전체 염기서열을 알아내는 것이 ‘해독’이다.

막 발굴해낸 공룡 뼈 조각(초안)을 서로 이어 맞춰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내는 것(해독)에 비유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연구단장 박홍석(朴洪石·44) 박사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박사과정 김대원(金大元·29) 씨는 이번 연구에서 11번 염색체 안에 어떤 유전자가 들어 있는지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분석 결과 11번 염색체에는 지금까지 해독된 15개 염색체 중 질병 관련 유전자가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혈병 당뇨병 대장암 등을 포함해 모두 171개 질병이 11번 염색체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는 것.

인간의 후각 유전자 856개 중 369개가 11번 염색체에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369개 유전자 각각을 침팬지 개 고양이의 동일한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203개의 후각 유전자는 동물에게서 후각 기능을 발휘한 반면 인간에게서는 기능이 퇴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박사는 “동물이 인간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 이유를 유전적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인간의 어떤 후각 유전자가 퇴화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규명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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