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떼어서라도…” 중년의 순애보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1월 12일 국내 처음으로 췌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백현국 씨(왼쪽)와 박춘화 씨가 병원에서 수술을 이틀 앞둔 10일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1월 12일 국내 처음으로 췌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백현국 씨(왼쪽)와 박춘화 씨가 병원에서 수술을 이틀 앞둔 10일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국내 처음으로 생체의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을 거뒀다.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韓德鍾) 교수팀은 췌장 손상으로 인한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까지 망가진 만성 신부전증 환자 박춘화(30·여) 씨에게 남자 친구 백현국(46) 씨의 신장과 췌장 일부를 떼어 내 이식하는 ‘생체 신장 췌장 동시 이식수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지금까지 뇌사자의 신장과 췌장을 당뇨 합병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있었으나 살아있는 기증자로부터 떼어 낸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해 당뇨병을 치료하기는 처음이다.

이번 수술은 백 씨의 신장 1개와 췌장 절반 정도를 잘라 박 씨의 방광과 소장에 각각 이식해 당뇨 합병증으로 기능을 잃어버린 신장을 되살리는 상당히 어려운 수술이다. 1월 12일 수술 이후 좋은 경과를 보인 이들은 3월 14일 퇴원했다.

한 교수는 “박 씨는 당뇨 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증으로 지난해 말부터 복막투석을 받았으며 신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박 씨와 같은 소아형 당뇨병이나 성인형 당뇨병이라도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는 신부전증 환자는 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년 동안 사귀면서 사랑을 꽃피워 왔다는 백 씨는 “여자 친구가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투석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며 “다행히 신장과 췌장의 조직적합 검사에서 이식해도 좋다는 병원 측의 말을 듣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소아 당뇨병을 앓아 왔던 박 씨는 6년 전 신장기능이 악화돼 신장투석을 해 왔다. 3년 전부터는 온몸이 붓고 어지러운 증세가 심해졌고 혈관에 쌓인 피떡(혈전) 때문에 심장수술을 두 번이나 받기도 했다.

박 씨는 “이 사람(백 씨)은 4년 전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며 “내가 힘들 때 옆에서 꼼꼼히 챙겨 주었는데 결국 사랑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지병으로 그동안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던 이들은 박 씨가 완전히 회복하는 7, 8월경 결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