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신약, 한미약품 성공에 제약업계 “우리도”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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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명과학은 항균제 ‘팩티브’를 개발해 2004년 국산 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매년 매출액의 25% 이상을 연구개발 투자에 쏟아 붓는 이 회사는 그동안 신약 개발 전문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핵심 연구원 20여 명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했다. ‘개량 신약 개발부’를 출범시킨 것. 앞으로 순환기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과정이 워낙 길다 보니 조기 수익 창출을 위해 개량 신약에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 개량 신약 레이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한미약품은 연간 매출 규모가 100억 원에 지나지 않는 군소(群小)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과 함께 국내 3대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성공 신화의 원동력은 개량 신약에 있었다.

한미약품은 2002년 연구센터 내에 개량신약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해 2004년 시판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으로 지난해 약 400억 원을 긁어모았다. 이 성공에 자극받은 이 회사는 “매년 1, 2개의 대형 개량 신약을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개량 신약 개발 경쟁에 나섰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고혈압 치료제 ‘오로디핀’을 내놨다. 올해 매출 100억 원이 목표다. 유한양행은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분야에서 개량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개량 신약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체 5%가량인 약 4000억 원이었다. 이 수치 추세라면 2010년에는 약 1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신 성장모델? 능력의 한계?

개량 신약은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한 국내 제약회사들에 여러 모로 현실적인 선택이다. 국내 제약회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선진 다국적 기업(10% 이상)의 절반도 안 되는 3∼5% 수준.

보통 개량 신약의 개발비는 20억∼30억 원, 개발 기간은 2, 3년에 불과하다. 일반 오리지널 신약이 나오기까지 10년이 넘는 긴 세월과 수천억 원의 돈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회사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개량 신약이 회사의 장기 성장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특허가 끝나지 않을 경우 제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데다가 개발 후에도 수많은 복제 약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

한화증권 배기달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블록버스터’라 할 만한 신약 개발이 부진해 개량 신약도 개발 소재를 찾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것에 안주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개량 신약:

제약회사들이 개발하는 의약품은 신약, 개량 신약, 제네릭 등 세 종류가 있다. 신약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구조의 약,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기존 신약을 똑같이 복제해 만들어 낸 약이다. 개량 신약은 이 중 중간자적인 성격을 띤다. 특허가 지난 기존 약물의 구조나 용도 등을 변형해 개발한 약물을 의미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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