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돌연사증후군을 막아라…美소아과학회의 새 가이드라인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고무로 된 젖꼭지를 물고 평화롭게 잠자고 있는 아기. ‘노리개 젖꼭지’라 불리는 이 젖꼭지를 물리면 아기의 기도가 차단되는 것을 막아 ‘유아돌연사증후군(SIDS)’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고무로 된 젖꼭지를 물고 평화롭게 잠자고 있는 아기. ‘노리개 젖꼭지’라 불리는 이 젖꼭지를 물리면 아기의 기도가 차단되는 것을 막아 ‘유아돌연사증후군(SIDS)’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신생아 또는 한 돌 미만의 유아가 갑자기 원인도 모를 이유로 사망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이런 일은 국내에서 아기 33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병의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아이가 숨지는 이런 경우를 ‘유아돌연사증후군(SIDS)’이라고 부른다.

1998년 대한소아과학회가 대학병원을 상대로 SIDS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 1000명당 0.31명꼴로 잠정 집계됐다. 남자아이가 0.33명으로 여자아이 0.29명보다 약간 많은 편. 미국 0.78명, 일본 0.44명인 것에 비하면 그래도 국내가 덜한 편이지만 아이를 엎드려 재우는 부모가 많아 SIDS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아직까지 SIDS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기도 막힘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특히 아이를 엎드려 재울 때 위험이 가장 크다고 지적돼 왔다. 푹신한 침구에 입과 코가 파묻히면서 질식한다는 것이다.

마침 얼마 전 미국소아과학회가 SIDS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내놓았다. 여기서는 2000년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없었던 새로운 방법까지 제시됐다.

○ 노리개 젖꼭지 물리면 90% 이상 예방

최근 의학저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는 고무로 된 젖꼭지(일명 노리개 젖꼭지)가 아기의 기도가 차단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연구팀이 SIDS로 사망한 아기 185명과 건강한 아기 312명의 습관을 비교한 결과 노리개 젖꼭지를 사용한 아이에게서 현저하게 SIDS 사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잠을 잘 때 노리개 젖꼭지를 물리면 기도가 막힐 확률이 낮아 90% 이상 SIDS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소아과학회도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 생후 1년까지는 재울 때 항상 노리개 젖꼭지를 물릴 것을 권했다. 다만 이 학회는 “수유 습관이 만들어지는 1개월까지는 노리개 젖꼭지를 삼가고 한 돌이 지난 후에는 치과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중단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노리개 젖꼭지는 아이가 잠이 들면 바로 빼는 게 좋으며 밤뿐 아니라 낮잠을 잘 때도 물릴 것을 이 학회는 권고했다. 또 젖꼭지에는 설탕이나 우유 같은 것을 묻히지 말라고 덧붙였다.

○ 옆으로 눕혀도 안 된다

이번 개정판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아이를 옆으로 눕히지도 말라는 권고다. 지금까지는 엎드린 자세를 피할 것을 강조하긴 했어도 옆으로 눕는 자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학회는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옆으로 누웠다 해도 자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뒤척이다가 엎드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항상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로 잠을 자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어른들은 뒷머리가 튀어나와야 두상(頭相)이 예쁘다며 여전히 엎드려 재울 것을 권한다. 그러나 머리 모양보다는 아이가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 정 아이의 두상이 걱정된다면 깨어 있을 때 엎어 놓으면 된다.

이 밖에 부모와 유아가 한방에서 잘 것을 학회는 권했다. 여러 연구에서 이렇게 할 경우 SIDS의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 그러나 같은 침대에서 부모와 유아가 함께 자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한방에서 같이 자되 아이 침대를 별도로 두고 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