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줄기세포 검증委’ 구성 딜레마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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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검증할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어떤 인물들로 구성될까. 줄기세포 의혹을 규명할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만큼 조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과학 논문에 대한 검증 작업이 국내 과학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조사위원회 구성 등에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울대는 조사위원회를 서울대 교수로만 구성할지, 국내외 제3의 전문기관을 참여시킬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노정혜(盧貞惠) 연구처장은 12일 “위원회 구성이나 위원장을 누가 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며 “조사위원회의 명단은 물론 앞으로의 활동과 결과는 대외비”라고 밝혔다.》

○ 단과대별 이견 보일 수도 있어

황 교수팀 논문 검증 작업의 주체는 황 교수가 속한 서울대여야 한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J대의 한 교수는 “이번 검증에는 배아줄기세포를 직접 연구해 본 전문가가 필요한데 국내 배아줄기세포 전문가는 대부분 서울대에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사위원회에 서울대 어느 단과대 교수들이 참여하느냐를 놓고 이견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검증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자연대 교수들이 상당수 포함된다면 농대와 수의대 측에서 반발할 것이 예상된다.

반대로 농대나 수의대 측 교수들이 다수 참여하면 ‘황우석 편들기’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

황 교수팀의 연구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교수들 중에서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사위원을 선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중립성을 고려하면 의대 약대 보건대학원에서 조사위원들이 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제3의 연구기관을 포함해야 하나

조사위원회에 다른 대학이나 권위 있는 전문기관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교수들로만 구성되면 결과가 나와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내부인사로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조사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유전자전문감식회사 등의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직접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부 소장파 교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소장파 교수는 “황 교수가 속한 서울대가 재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 제기의 핵심”이라며 “조사 주체는 서울대 위원회이지 ‘대한민국 위원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 외국기관 기술 유출 가능성도

조사위원회에 외국 연구기관이 참여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우선 황 교수팀의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가 공정성을 이유로 제3의 외국기관을 조사위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제럴드 섀튼 교수가 속한 미국 피츠버그대 전문가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검증 과정에서 황 교수팀의 핵심기술이 외국 기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황 교수팀은 인간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개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배양액의 조성과 분량, 난자에서 손상 없이 핵을 짜내는 기술 등은 황 교수팀만이 보유한 핵심기술이다. 검증 과정에서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면 얼마든지 기술 유출이 가능하다.

노 연구처장은 “피츠버그대 전문가와 공동으로 검증하는 것은 조사위원회가 기술 유출 등 제반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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