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외국인 환자 2명 국내 임상시험 첫 지원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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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받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잇따라 입국하고 있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임상시험을 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의 난치병 환자들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임상시험에 지원하던 상태가 역전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들 환자는 서울이 아니라 경기 북부의 한 병원으로 향하고 있어 의료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12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金東煜) 교수에 따르면 말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중국인 4명이 김 교수가 주관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에 대해 문의한 뒤 이 중 2명이 임상시험을 받으러 국내에 입국했다.

이 임상시험은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치료제 ‘슈퍼 글리벡’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는 것. 슈퍼 글리벡은 이전의 항암제 글리벡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고위 간부를 포함한 중국인 2명이 잇따라 입국해 현재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또 다른 공산당 간부도 입국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글리벡을 통한 풍부한 치료 경험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이번 임상시험을 주관하는 의사로 선정됐다. 노바티스사의 임상시험에는 독일 영국 미국 호주 등 4곳과 함께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이 참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姜允求),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朴根七) 교수 등도 아시아의 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다”며 “김 교수가 주관하는 임상시험에 외국인 환자가 참여함으로써 한국도 이 분야 선진 국가의 반열에 섰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鄭宇鎭) 교수는 “외국인 환자가 입국하면 3개월 동안 체재비를 포함해 한 달에 최소 1000만 원 정도를 쓰기 때문에 국익은 물론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앞으로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도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국내에 입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800∼1000명이지만 중국의 경우 20배인 2만여 명, 아시아는 총 3만여 명에 이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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