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컴퓨터 감시? 위법 논란

  • 입력 2003년 7월 30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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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이 교사들의 컴퓨터를 통제,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한데 반발해 이를 임의로 삭제한 교사가 파면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교사는 학교측의 행위를 위법이라며 사법당국에 형사고발할 방침이어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직장인 감시와 인격침해가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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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통진중학교(교장 탄종성)는 교사들의 컴퓨터에 설치한 감시용 프로그램 ‘넷오피스쿨’을 무단 삭제한 최재웅 교사(40·국어)를 복종과 성실의무 조항 위반을 이유로 18일 파면 조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학교측에 따르면 지난 5월 교사들이 업무시간에 컴퓨터로 도박과 쇼핑, 주식 등을 즐기는 일이 잦아 경각심을 주기 위해 넷오피스쿨을 전체교사 35명의 컴퓨터에 설치했다. 그러나 인권침해 등이 우려돼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았다고.

그러나 최 교사는 “교사들의 동의없이 컴퓨터에 감시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노동 감시이자 사생활 침해”라면서 지난달 하순경 임의로 삭제했다.

학교는 이에 징계위원회를 열고 프로그램 삭제외 △2001년 과도한 음주로 술 냄새를 풍기며 출근(품위유지의무위반) △2003년 6월 2번의 지각(성실의무위반)등의 이유까지 묶어 최 교사를 파면조치했다.

이에 대해 본인은 물론 전교조 김포지회까지 반발하고 있다.

최 교사는 “교사의 컴퓨터를 동의없이 감시하는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사생활침해는 물론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 28일 학교를 항의 방문, 최 교사의 복직을 요구한데 이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파문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넷오피스쿨’ 프로그램은.

이번에 문제가 된 ‘넷오피스쿨’은 (주)웨스넷이 산업·교육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주로 교내 전산실의 학생용PC나 공장의 산업용PC를 모니터링, 통제, 감시하는 원격제어 프로그램이다.

관리자가 다수의 컴퓨터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현재 △학생 개별지도(재택교육)를 위한 원격제어 △자리이동 없이 학생 화면을 보면서 지도하는 모니터링 및 통제 △온라인 질의응답 △자료배포 및 회수용도 △공장의 자동제어 시스템 원격제어 등에 쓰인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설준수 사장은 "감시당하는 컴퓨터의 모니터링은 물론 메일까지도 볼 수 있어 일반 직장에서 직원들의 통제용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 교사 컴퓨터 감시에 대한 위법성 여부.

최재웅 교사가 학교 측의 교사 감시 행위가 위법이라며 학교를 사법당국에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혀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만약 이 문제가 법정에 오르게 된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직장인 감시와 인격침해' 여부에 대한 국내 최초의 법정논란이 되는 셈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생활침해 소지가 있는데다 감시자가 피감시자의 이메일 등을 확인했을 경우에는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에도 해당 된다”면서 “더 조사가 필요하지만 위법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윤철 변호사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면 타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타인의 정보통신망 침해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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