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테러범이 비정상인?” 美 사이언스 테러범 심리분석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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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중동 분쟁은 9·11 세계무역센터 공격,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자폭 테러로 인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중동에서 자폭 테러가 시작된 것은 1983년. 시아파 회교도가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를 공격해 3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데서 출발한다.

20년 동안 자살 테러 공격은 더 조직화되고 대담해졌다. 알 카에다는 세계 40개국에 조직을 두고 있을 정도다. 2002년 2월 한 달 동안 팔레스타인이 감행한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 테러는 2000년까지 8년 동안 감행한 것보다 많다. 자살 테러 자원자가 넘쳐나고 팔레스타인인의 70∼80%가 이런 순교 행동을 찬성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와 일부 심리학자들은 자살 테러범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리스트에 대해 ‘비겁한 악당’이라면서 “우리는 테러의 온상인 가난과 좌절 그리고 문맹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살 테러리스트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 이들은 정상적으로 교육받고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사람이었으며 정신 이상이나 성격 장애 같은 것도 없었다. 미국의 과학권위지 ‘사이언스’ 최근호는 이런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테러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불타고 있는 세계 무역센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이언스’에 따르면 텔아비브대 심리학자 애리얼 메라리 박사가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의 32가족을 인터뷰한 결과 테러리스트들은 교육, 경제환경, 성격에서 모두 정상적인 분포를 나타냈다. 평균 나이는 20대 초반이었고 대부분이 미혼이었으며,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순교가 가족과 동족의 미래를 구할 것이라고 믿는 이슬람교도였지만, 종교를 믿지 않는 공산주의자들도 일부 있었다.

테러리스트들 가운데 난폭하거나 사회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특별히 많지도 않았다. 부모가 없는 결손 가정에서 자란 사람도 없었고 징후도 없었다. 할 일이 없다든지 또는 자포자기 상태도 아니었다.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메라리는 테러의 1차 책임이 자원자에게 있다기보다는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조직에 있다고 보았다. 조직은 보통 카리스마적인 훈련자가 3∼6명의 단위 조직을 만들어 이들이 강하게 결속하고 함께 목숨을 바치도록 만든다.

이 밖에 테러리스트들을 분석한 많은 전문가들도 이들을 효과적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정상인이라고 생각한다. 남동오클라호마주립대 리처드 펄스타인 교수는 “그들은 합리적이고, 미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미 국무부 테러대책연구소의 부소장이었던 데이비드 롱은 “테러리스트들은 미치지 않았을 뿐 더러 성격 유형에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는 오히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 테러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 2001년 팔레스타인 사람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공격을 찬성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인이 대거 가담한 9·11 테러 직후 한 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교육받은 사우디 아라비아인의 95%가 알 카에다를 지지했다. 얼마 전 18세의 팔레스타인 여성이 예루살렘의 슈퍼마켓을 폭파시킨 뒤 모금운동이 시작돼 1억달러가 걷히기도 했다.

수천년 전 로마와 맞서 싸운 유대 민족주의자, 초기 기독교 십자군 지도자를 암살한 이슬람교 비밀결사단원, 러시아 무정부주의자, 일본의 가미카제에 이르기까지 자살 공격은 약자가 강력한 적을 상대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사이언스’는 일본이 2000명의 파일럿으로 가미카제 공격을 감행한 뒤 미국이 원폭 투하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은 사태가 중동에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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