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워크래프트3' 도전은 시작됐다

  • 입력 2002년 7월 21일 17시 31분


‘쿵쿵쿵…’.

전장에 북소리가 들린다. 수 천명의 ‘오크’족이 철퇴를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북소리가 빨라진다. ‘와∼’ 천지를 울리는 함성과 함께 돌격 앞으로. 건너편 언덕 너머 적군이 새카맣게 몰려온다. 덩치 큰 녹색피부의 오크족과 갑옷을 입은 인간이 맞부딪치는 순간, 하늘에서는 비처럼 불이 내리고.

오크족의 장군 ‘트랄’이 벌떡 일어나 앉는다. 불길한 꿈. 트랄은 예언자를 찾아가 “종족들과 함께 즉시 이 땅을 떠나라”는 대답을 듣는다.

3일 세계적으로 동시에 출시된 블리자드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 ‘워크래프트3’의 도입부 동영상은 3D 애니메이션 영화 ‘파이널판타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싱글플레이어 모드로 과제를 해결하면서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게임 조작법을 익히게 돼 있다. 예언에 따라 트랄은 종족을 이끌고 고향을 떠나고 게이머는 때로는 트랄의 시점에서, 때로는 제 3자 시점에서 역경을 헤쳐나간다.

‘워크래프트3’는 RTS이면서 이처럼 롤플레잉게임의 요소도 갖춰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래픽 엔진 ‘다이렉트X8.1’을 사용하는 그래픽은 시선 축이 고정되는 효과를 구현했다. 즉, 먼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것 같던 기존 RTS의 시점을 마치 축구장 관중석에 앉아 양쪽 골대를 둘러보는 것 같은 효과가 나도록 ‘현장’에 근접시켰다.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향상돼 전투 장면에서 칼을 휘두르거나 마법을 쓰는 모습은 마치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부드럽다.

자원을 모으고 전사를 키워 전투를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 모드의 게임 방법은 ‘스타크래프트’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크 인간 나이트엘프 언데드 등 종족이 4가지로 늘었고 인터넷이나 랜(LAN)에서 12명이 동시에 대결을 펼칠 수 있으며 컴퓨터와 연맹을 맺을 수 있게 된 게 차이점. 스타크래프트에서 거치적거리는 방해물쯤으로 여겨졌던 ‘크립’이 전투기능을 갖추고 아이템을 판매하는 가게를 지키는 것도 이채롭다.

배급사인 한빛소프트는 ‘워크래프트3’ 발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타크를 이을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발매 3주만에 20만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더 팔린다’는 기대감에 일부 증권사가 한빛소프트를 ‘매수추천’ 종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픽 시나리오 사운드 인터페이스 모든 면에서 대작의 요건을 갖췄으나 회사측 예상대로 올해 안에 200만장이 팔릴지는 미지수.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서 200만장이 팔리는 데 5년 정도가 걸린데다 5만원대의 높은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 스타크의 경우 펜티엄 수준의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작동할 정도로 소프트웨어가 ‘가벼웠으나’, 워크래프트3는 메모리 256MB, 비디오메모리 32MB정도가 돼야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요즘 산 PC’여야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초창기에 창업한 PC방들은 이 게임을 설치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PC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한편 독일의 정보통신 전문지 ‘칩’은 “워크래프트3는 현존하는 최고의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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