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어린이비만 과일-채소 YES 패스트푸드 NO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23분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장려협회(AAAS) 총회에서 과학자들은 선진국이 비만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비만이 ‘선진국 병’이 아니라 ‘지구병’이 돼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운동부족, 인스턴트 식품 등 ‘비만 유발 생활방식’(Obesogenic Lifestyle)의 확산 때문에 비만이 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 및 청소년 비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지난주 대한의사협회가 올해를 ‘비만 퇴치의 해’로 선언하면서 특히 어린이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의 생활 변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어린이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그대로 연결되며 치유가 어렵다. 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어릴적 ‘비만 유발 생활방식’에 가까워지면 나중에 이를 떨치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릴적에는 비만이 아니어도 나중에 비만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비만 때문에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에 걸리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아이들이 아빠가 걸리는 ‘성인병’에 걸리고 있는 것이다.

▽비만은 계속 이어진다〓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어린이 1만9000명의 진료기록과 현재 상태를 분석한 결과 출생 뒤 4개월 동안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 아이일수록 7세 이후에 어린이 비만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금까지 의학의 정설(定說)로는 7∼15세의 비만이 어른의 비만보다 살을 빼기가 훨씬 힘들다. 어른은 살이 찔 때 지방세포가 커지기만 하지만 어린이는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면서 커지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며 일단 살을 빼도 ‘재발’ 가능성도 높은 것.

▽어린이 비만의 합병증〓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이자에 문제가 있어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1형’과 비만 탓으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2형’이 있는데 10여년 전까지는 어린이 당뇨병 환자는 주로 1형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2형 어린이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0년 전 어린이 당뇨병 환자의 1% 미만이었던 ‘2형’이 현재 10%를 넘어서고 있다.

또 국내 각종 조사에서 어린이의 20∼35%가 비만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이 과다하게 많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적어지는 ‘지질대사이상’, 30%는 간에 중성지방이 과다하게 끼는 ‘지방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비만은 심지어 동맥경화증도 일으킨다. 1998년 미국심장협회는 어린이의 동맥경화 위험을 경고했고 지난해 말 프랑스의 아르망 트루소병원에서 뚱보 어린이 48명과 그렇지 않은 아이 27명의 혈관 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 뚱뚱한 아이는 확실히 동맥경화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또 비만인 아이가 성장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호르몬 분비 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샘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이 밖에 비만이면 키가 잘 자라지 않으며 주위의 놀림 탓에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남자 아이는 성기가 잘 자라지 않는다. 여자 아이는 생리 불순이 생기며 나중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영국에서는 뚱뚱한 임신부는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비만을 이기기 위해서는〓어린이 비만 교정은 성인의 비만 치료와는 달리 습관을 바꾸 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식사 양을 줄이면 성장장애, 뇌발달장애가 생기므로 기존 식사 때보다 열량을 20∼30% 줄이면서 탄수화물과 지방은 덜 먹는 대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패스트푸드는 절대 피하고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면 30분간 땀흘리며 운동해야 몸무게가 현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식이섬유가 듬뿍 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배변이 잘 돼 살 빼는데 도움이 된다.

식사 땐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천천히 씹도록 한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게 하며 식사 전에 물이나 국물을 먹도록 권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 습관을 바꾸면 교정 효과가 커진다.

엄마가 요리할 땐 버터 대신 다이어트용 마가린, 쇼트닝 대신 식물기름을 쓴다. 외식보다는 가급적 집에서 음식을 먹도록 한다.

특히 부모는 식탁에서 ‘그릇을 비워야 한다’‘반찬을 남겨서 안 된다’는 말 대신 아이에게 배가 부를성 싶으면 숟가락을 놓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래도 비만이 해결되지 않으면 병원의 ‘어린이 비만 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 정신치료 등 다양한 치료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비만의 예방에는 모유가 한몫한다. 미국 독일 등의 연구에 따르면 젖먹이 때 모유를 먹으면 어린이 비만에 걸릴 확률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를 먹이는 기간이 길수록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은 낮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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