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힘으로 '즐넷' 만들자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44분


음란물과 자살 사이트, 욕설과 비속어의 범람, 불륜으로 이어지는 사이버 채팅방….

인터넷 문화에 대한 보도의 대부분은 그 역기능에 맞춰진다. 법적인 규제장치가 별로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부 탈선과 일탈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유세경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성숙도 되기 전에 상업주의가 침투한 결과”라고 현상을 진단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문화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대부분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답한다. 역기능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보이지 않는 순기능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유세경 교수는 대표적인 인터넷 문화의 순기능으로 ‘다원성’을 지적한다. 지금까지는 거대산업과 자본만이 문화를 생산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일반 네티즌들이 왕성한 문화활동을 시작해 문화의 수용자들이 생산자 역할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침묵하던 소수’가 목소리를 높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난해 말 아이두(www.idoo.net) 등 청소년 사이트들은 ‘두발 제한 반대 서명운동’을 펼쳐 교육부의 완화 발표를 이끌어냈다. 끝내 폐쇄되긴 했지만 자퇴생들이 모여 현행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탈북자들도 인터넷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교통사고 피해자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대자보’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에는 네티즌 스스로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자는 ‘자정운동 사이트’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음란사이트 우리 손으로 없애자 연합(www.netstune.com)’에서는 전국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든 유해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있다.

한국통신 문화재단도 건전한 통신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즐넷(Zlnet·즐거운 넷세상·www.zlnet.or.kr)’ 사이트를 최근 선보였다. 이 사이트는 네티즌들이 직접 방송과 토론방, 뉴스를 통해 인터넷문화를 이끌어가도록 한 것이 특징. 이달 말까지 한국고교신문사 후원으로 ‘이모티콘(인터넷에서 쓰는 그림문자)’ 창작 공모전을 연다. 대상은 전국의 중고대학(원)생이며 △사랑과 우정 △즐거운 학교 △파이팅 월드컵 △행복한 새해 △이것만은 지킵시다(예의범절, 교통질서, 휴대폰 예절, 통신에티켓 등)를 주제로 응모작을 접수한다.-끝-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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