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품빠진 닷컴 불붙은 M&A…250개 사이트 매물로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12분


“닷컴의 전면적인 ‘재개발’이 시작됐다.”

대기업들이 닷컴투자에서 잇따라 손을 빼고 닷컴기업들도 자금난을 버티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닷컴업계가 본격적인 재편을 맞고 있다. 이번 변화는 부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대규모 닷컴의 용도폐기’까지 포함할 전망이어서 전면적인 ‘재개발’에 가깝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닷컴의 ‘얼굴마담’ 중 한 명인 이유재씨가 대표를 맡았던 온라인게임업체 이게임넷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4일 위즈게이트에 인수됐다. 이게임넷은 지난해 15억여원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등 투자를 계속했지만 수익구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80억원 가운데 현재 50여억원만이 남아 있다는 것.

대기업 삼성물산이 기세 좋게 출범시킨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삼성옥션도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함에 따라 다음주 초 폐쇄된다. 인터넷서점사이트인 크리센스의 상품과 배송부문을 이달중 예스24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의 조치는 지난달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가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 가치네트 시큐아이닷컴 등의 지분을 삼성계열사에 매각한 직후에 나온 것. 업계는 국내 경영흐름을 선도하는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상징적인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의 3세인 정의선(鄭義宣)상무가 e―HD닷컴 지분을 전량 계열사에 팔아넘긴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 현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닷컴사업을 대거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사이트거래를 하고 있는 소프트밸리코리아의 사이트마켓(sitemarket.co.kr)에는 컴퓨터 인터넷 스포츠 레저 건강 의학 등 10개 분야에 걸쳐 250여개 웹사이트가 매물로 나와 팔릴 날만 기다리고 있다.

리인벤텍 유대희사장은 “인터넷게임과 광고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닷컴기업들이 자금이 바닥나 폐쇄 직전”이라면서 “옥석 가리기가 아니라 ‘재개발’에 가까운 전면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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