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머니 한탕' 13명 적발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42분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서 남의 패를 훔쳐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수백조원의 사이버 머니를 벌어 이를 수백만∼수천만원의 현금과 바꾼 해커 1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단장 하옥현·河沃炫)는 16일 국내 유명 인터넷 게임 사이트인 H게임사의 포커사이트에서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포커 뷰어’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 이를 이용해 지난달 20일부터 약 보름 동안 수백조원의 사이버 머니를 번 뒤 이 돈을 다시 1조원당 4만∼10만원의 현금으로 바꿔 2270만원을 챙긴 컴퓨터프로그래머 임모씨(30)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2월말경 임씨로부터 포커 뷰어를 50만원에 구입, 단 보름만에 사이버 머니 800조원을 벌어 이 돈을 현금 3794만원에 되판 주부 김모씨(25)를 비롯해 같은 방법으로 수백만∼수천만원씩을 챙긴 1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13명이 게임 사이트에서 벌어들인 사이버 머니는 모두 4800조원이며 이를 현금으로 교환한 총액은 1억9000여만원에 이른다.

H게임사는 중복 ID가 많기는 하지만 전체 회원등록 ID가 2000만개가 넘는 초대형 게임 사이트로 고스톱 포커 당구 등 14종의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십만명의 네티즌이 매일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 사이트의 사이버 머니는 게임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어 실제 현금 가치가 전혀 없지만 게임을 즐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사이버 머니를 1조원 이상 벌 경우 ‘신(神)’이라는 호칭을 받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현금을 주고 이를 구입하려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머니만을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중간소매상도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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