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니지' 저작권 갈등 결국 법정으로

  • 입력 2001년 2월 25일 19시 57분


국내 최대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온 원작 만화가 신일숙씨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 번졌다. 신씨는 21일 “엔씨소프트가 캐릭터 사업에 진출하거나 ‘리니지 2’를 개발해 온라인 서비스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계약 위반행위 등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번 소송은 문화 산업과 관련해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화 소설 등 하나의 콘텐츠로 게임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가 활발해지는 시점이기 때문. 원작자의 권리가 어디까지 해당되느냐를 따지는 이번 첫 법적 분쟁이 어떻게 결말지어지느냐에 따라 문화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전개〓신씨는 96년 인터넷 업체 ‘아이네트’와 ‘리니지’ 만화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아이네트로부터 그 권리를 넘겨받아 게임을 개발한 뒤 98년 6월 상용 서비스를 실시했다. 신씨가 아이네트가 무단으로 엔씨소프트에 게임 개발권를 넘겼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엔씨소프트는 99년초 신씨와 다시 계약을 했다.

신씨는 당시 게임 개발 댓가로 1500만원을 일시불로 받았다. 그러나 계약 당시 온라인 게임 개발을 허용한다는 막연한 규정만 들어있을 뿐 캐릭터나 상표권 등 다른 권리 관계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신씨가 다른 업체와 리니지의 캐릭터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엔씨소프트 측이 자체 캐릭터 사업을 추진하자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감정 싸움까지 벌이던 신씨와 엔씨소프트의 대립은 각각 국내 최대 로펌인 태평양과 김&장을 대리인으로 삼아 법정싸움으로 번진 것.

▽법적 쟁점〓양측 주장의 핵심은 게임 리니지가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창작성을 가미한 2차 저작물이냐, 아니면 완전히 다른 독립저작물이냐 하는 것. 엔씨소프트 허홍 이사는 “게임 ‘리니지’는 몇 개의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원작과 아무 관련없는 독립 저작물”이라며 “소재나 배경이 비슷하다 해도 게임 전개나 구성이 원작 만화와 전혀 다르므로 사실상 이름만 빌려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씨를 대리한 태평양 법무법인의 류광현 변호사는 “엔씨소프트가 게임 리니지에 독자적 창작성을 첨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명, 배경, 인물설정이 모두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원작자의 권리도 존재한다”며 “또 신씨가 엔씨소프트에 게임 제작과 관련된 권리만 넘겨준 것이지, 캐릭터 사업이나 해외 진출 등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망〓양쪽 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태도여서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임 관계자는 “이번 분쟁을 계기로 주먹구구식 계약이 사라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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