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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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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동반 자살 및 ‘청부 자살’ 사건에 이어 한달여 만에 또다시 20대 여대생이 인터넷을 통해 500만원에 ‘청부 자살’을 계약하고 예행연습까지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 거래〓서울 종로경찰서는 16일 인터넷 자살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대생에게 돈을 받고 이 학생을 죽여주기로 한 김모씨(21)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초 자살을 결심한 여대생 손모씨(24)가 모 인터넷 사이트의 ‘동반 자살’이라는 동호회에 “죽여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자 이 사이트 회원인 김씨가 손씨에게 연락해 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손씨를 죽여주기로 했다는 것.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예행연습’을 위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고 손씨는 김씨에게 선금 18만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그 자리에서 손씨에게 “주사기로 피를 빼 1시간 안에 죽는 방법, 팔목 혈관에 공기를 넣어 5분 안에 죽는 방법,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목을 조르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권했다.
이들은 이날 종로3가의 한 의료기판매상에 들러 주사바늘과 공기팩 2개씩을 구입했으며 김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손씨의 목을 2, 3분간 조르는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자 겁을 먹은 손씨가 “1주일의 여유를 달라”고 한 뒤 김씨와 헤어졌고 손씨는 고민 끝에 15일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16일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자살사이트〓이번 사건은 지난해말 사회문제가 된 자살사이트 사건 이후 검찰 및 경찰과 정보통신부가 “자살을 조장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의 사이트를 폐쇄조치하겠다”고 밝힌 지 한달도 안 돼 재발한 것.
김씨와 손씨가 죽음 거래를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미 87명의 네티즌이 회원으로 가입해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142건의 자살 관련 글들이 올라와 있다.
‘자살을 결심한 분만 가입해 달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시작되는 이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은 강한 자살 욕구를 내비친 것과 자살 방법을 알리거나 동반 자살자를 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